“안경하나 벗었을 뿐인데… 예뻐졌대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 여성골퍼들의 이유있는 변신
실력은 물론 외모도 갖춰야
안정된 스폰서 계약 보장
쌍꺼풀 수술에 치아 교정 붐


“요즘 예뻐졌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호호∼.”
오지영(21)은 18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뒤 사뭇 달라진 외모로 화제를 뿌렸다. 국내 언론을 통해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 장시간 노출되면서 미모의 비결을 둘러싼 궁금증을 일으켰다. 정작 오지영은 “안경 하나 벗었을 뿐”이라며 웃었다.
그는 골프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안경을 고집했다. 눈에 알레르기가 있어 렌즈를 끼면 안구의 핏줄이 터지는 부작용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라운드 때는 렌즈를 끼고 있다. “안경을 안 쓰면 더 좋아 보일 것 같다는 말에 귀가 쫑긋했어요. 비가 오거나 땀이 많이 나면 안경이 정말 불편하거든요.” 오지영은 세 군데 국내 안과를 찾은 결과 ‘렌즈 착용 OK’ 진단을 받았다. 올 초 말레이시아 동계훈련에서는 40일 동안 집중적으로 렌즈를 끼고 운동했다.
오지영처럼 최근 여자 프로골퍼 사이에는 외모 가꾸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력은 기본이고 겉모습이 받쳐줘야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안정된 스폰서 계약도 보장받는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 기업과 방송사 등에서도 흥행을 위해 미녀 스타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2003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한 안시현(25)은 ‘원조 신데렐라’로 불리는데 당시 소속사인 코오롱 측은 300억∼400억 원의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올 시즌 국내에는 서희경(23·하이트) 김하늘(21·코오롱 엘로드) 홍란(23·먼싱웨어) 등이 손꼽히는 얼짱 골퍼로 불린다.
국내 지존 신지애(21)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방 흡입 시술을 받고 싶다. 전체적으로…”라고 고백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착한 이미지에 최고 기량을 지닌 신지애도 외모 중시의 풍토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쌍꺼풀, 코 수술을 받거나 치아 교정을 하는 골퍼가 늘고 있다. 김하늘은 지난해 말 라식수술을 받은 뒤 눈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다닌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의 한 관계자는 “프로 데뷔 전에 미리 성형 수술을 시키려는 학부모도 많다. 주목받기 전에 성형해야 티가 안 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녀 골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A는 성형 수술을 한 뒤 몇 년 만에 중고교 시절 도움을 줬던 골프 관계자를 다시 만났는데 자신을 못 알아봐 난감해했다는 후문이다. 국내 한 용품 업체는 소속 선수의 성형 수술 견적을 뽑았다가 그 금액이 5000만 원에 이르러 포기하기도 했다.
성형 수술이 선수에게 심리적인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김주미(25·하이트)는 미국 진출을 앞둔 2005년 치아 교정을 한 뒤 “다른 선수로 착각할 만큼 예뻐졌다”는 평가를 듣더니 이듬해 SBS오픈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2005년 박희영(22)은 쌍꺼풀 수술을 한 뒤 국내 투어를 거쳐 미국 무대에 연착륙했다. 아름다워지려는 여자 프로골퍼의 변신은 끝이 없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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