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하위 5개팀 “2부 강등만은 안돼!”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피 터지는 생존게임

“라커룸은 환희의 도가니다. 선수들이 어떤 말도 필요 없을 만큼 잘해 줬다.”

“선수단 분위기는 실망과 분노로 가득 찼다. 우리에겐 너무 괴로운 저녁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두 감독에게 12일은 천국과 지옥을 맛보게 한 하루였다. 선수 시절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두 감독은 이날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펼쳤다. 경기가 끝난 뒤 앨런 시어러 감독(뉴캐슬 유나이티드)은 리그 우승컵을 차지한 것처럼 기뻐했다. 1-3으로 역전패한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미들즈브러)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두 팀이 이처럼 사활을 걸고 대결을 펼친 건 프리미어리그 잔류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20개팀 가운데 17위까지만 살아남는 생존 경쟁. 이날로 뉴캐슬은 17위로 올라갔고 미들즈브러는 19위를 유지했다. 선덜랜드가 16위, 헐시티가 18위, 웨스트브로미치가 20위.

팀마다 두 경기씩 남겨 놓은 가운데 가장 유리한 건 승점 36의 선덜랜드. 1승 1무만 거두면 자력으로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확정짓는다. 전통의 강호 뉴캐슬(승점 34)도 미들즈브러와의 일전을 승리로 장식함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뉴캐슬로선 애스턴 빌라전이 최대 고비.

헐시티는 뉴캐슬과 승점은 같지만 고전이 예상된다. 초반 돌풍이 꺾인 뒤 20경기 무승 행진(5무 15패) 중인 데다 마지막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기 때문. 미들즈브러(승점 31) 역시 쉽지 않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아직 승점 6점이 남아 있다”며 애써 실망감을 달랬지만 이미 팀 분위기는 땅에 떨어진 상황. 게다가 남은 일정까지 만만치 않다. 꼴찌 웨스트브로미치(승점 31)는 오히려 분위기가 좋다. 최근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꿈꾸는 웨스트브로미치는 다음 경기인 리버풀전에 운명을 걸고 있다.

2부 리그인 챔피언십리그로 강등될 경우 팀의 명예는 곤두박질친다. 광고 수익과 방송 중계권료 등 1200억 원이 넘는 금전적인 손실 역시 감수해야 한다. 관중 감소, 선수 이적 등도 팀이 각오해야 할 부분. 선수들 역시 좋을 것이 없다. 강등에 대한 연대 책임으로 연봉 삭감은 물론 선수 가치마저 평가절하된다.

팬들에겐 흥미로운 강등권 팀들의 막바지 생존경쟁. 구단 관계자들에겐 ‘잔인한 5월’로 기억되는 이유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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