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SK만 나쁜놈?”… 김성근의 쓴소리

  • 입력 2009년 5월 9일 08시 10분


사직 3연전 그후… 나도 할말 있다

‘법 위에 여론’이란 말이 있다. 정(情)에 약한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원칙을 집요하게 따지는 이가 있다면 시비를 떠나 고립되기 십상이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사직 3연전을 마치고 8일 귀환한 SK 김성근 감독(사진)은 가슴에 담아둔 말이 많았다. “(날아온 물병을) 이리저리 피하느라 지쳤다”란 특유의 자학개그로 심정을 압축했다.

○격정토로, ‘왜 SK가 이렇게 당해야 됐나?’

김 감독이 극도로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안이함’이다. 그런데 지난 5-7일 사직 3연전 기간 KBO와 롯데의 대처방식이 꼭 그런 식이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SK가 신변을 위협받는 조건에서 경기를 강행했어야 됐다는 억울함이 배어있다.

김 감독은 KBO를 향해 “무신경”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가며 “이런 사태가 벌어지리라 예측했다면 미리 나서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겨냥했다.

홈팀 롯데에 대해서도 조정훈이 박재홍을 향해 던진 몸쪽 볼들을 빈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내가 아는 한, 그런 야구는 본적이 없다”고 혀를 찼다. 나아가 사직구장 전광판에 소주 광고를 방영하는 자체부터가 사고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만시지탄, ‘끝나고 나면 SK만 나쁜 놈 돼 있다’

소설가 이문열은 ‘시대와의 불화’란 표현을 썼다. 각도는 다르지만 김 감독 역시 SK 사령탑 취임 이래 그렇다. 김 감독의 원칙주의가 한국사회의 정서주의와 파열음을 내기 때문이다. 적어도 김 감독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는 듯 했다.

김 감독은 대화 도중 과거 충돌사례까지 전부 조목조목 SK의 결백함을 강조했다. 7일 롯데전도 “시합 버리는 한이 있어도 야구계 질서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말이 한번 그렇게 퍼지면 SK만 더러운 야구가 된다”고 한탄했다. 나름 참고 참았는데 알아주는 이는 없다고 여기니 더 피해의식을 갖는 듯했다.

김 감독의 타협 없는 원칙주의는 대충주의와 인정주의를 신랄하게 공격한다. 김 감독과 논리로 싸워 이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야구계는 김 감독이 불편하다.

그러나 울림이 있다. 이런 비주류 원칙주의자의 쓴소리가 한국야구(사회)를 건강하게 바꿔가는 요소일지 모른다. 지금 당장은 입에 쓸지라도, 귀에 거슬릴지라도.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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