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 4시즌만에 대권

  • 입력 2009년 5월 2일 07시 52분


선수·감독 챔프 1호 성공신화

전주 KCC의 허재 감독은 농구선수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코치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감독직에 오르는 등 줄곧 정상에 있었다.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자신도 “선수생활을 하면서는 누구도 부러운 사람이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부와 명예를 누렸다. 그에게는 ‘농구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던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 생겼다. 감독으로 변신한 뒤 절친한 용산고 선배 전창진 부산 KTF 감독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허 감독은 “이 세상에 창진형이 제일 부럽다”고 말했다. 그런 뒤 “이번만큼은 꼭 우승하고 싶다. 결승전에서 동부를 꺾고 정상에 서겠다”라고 우승에 목말라 있음을 밝혔다.

선수시절 수많은 우승컵을 안았던 허 감독이 2008-200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결국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감독직을 맡은 지 4시즌 만에 얻은 결실이다. 또한 선수와 감독으로 유일하게 프로농구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기록까지 세우는 기념비적인 사건을 만들어냈다.

‘농구 대통령’이었지만 감독직은 쉽지 않았다. 사령탑에 오른 이후 선수들과의 불화설, 전술 부재, 최고의 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등 많은 비난을 받아야 했다. ‘농구 대통령’의 자존심은 무너졌다. 허 감독은 마음고생 때문인지 어느새 흰머리가 가득해 염색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늙었다.

허 감독은 “처음에 배운다는 자세로 시작했는데 감독 자리가 쉽지 않았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의욕만 앞섰던 것 같아서 정말 많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술도 많이 줄었다. 감독을 하면서 상대 분석에 경기 준비까지 술을 마실 시간이 부족해졌다. “이제는 강동희가 날 이긴다니까요. 옛날에는 동희가 ‘형이 진짜 1등이에요’라고 인정했는데 지금은 술 못 마신다고 놀림 받아요.”

혹자들은 허 감독이 ‘복장’이라고 말한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에 하승진(221cm)이라는 보기 드문 거물급 선수까지 뽑은 그가 천운을 타고 났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 허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허 감독은 지난 4년간 선수시절과 달리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천재도 노력 없이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명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농구 대통령’의 도전이 이번 우승으로 본 궤도에 올랐다.

전주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사진 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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