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와 ‘한만두’ 타티스의 재회

  • 입력 2009년 5월 1일 15시 40분


‘코리언특급’ 박찬호(36.필라델피아)에게는 평생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한 이닝에 만루홈런 2개를 허용한 것, 즉 ‘한만두’다.

‘한만두’는 ‘한’이닝 ‘만’루홈런 ‘두’개를 줄인 말이다. 당연히 야구공식용어는 아니다. 야구팬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먼저 ‘한만두’가 만들어진 상황을 떠올려보자. 10년 전인 1999년 4월, 당시 잘나가는 선발투수였던 박찬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의 강타선을 상대했다. 세인트루이스에는 마크 맥과이어, J.D.드루 같은 강타자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이날 유난히 컨트롤이 흔들렸던 박찬호는 2-0으로 앞선 3회 많은 실점을 내줬다. 박찬호는 무사 만루에서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그랜드슬램을 얻어 맞아 역전을 허용했다. 박찬호의 악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박찬호와 야수들의 수비실수가 이어졌고 일라이 마레로에게 투런홈런, 에드가 렌테리아에게 적시타를 연속으로 내줘 무려 7점을 실점했다.

그런데도 투수는 바뀌지 않았다. 박찬호는 마운드에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2사 만루에서 다시 타티스를 만났다. 타티스는 앞선 타석에서 만루홈런을 때렸던 선수. 이닝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만루기회를 얻었다.

박찬호는 날카롭게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타티스의 방망이는 번개처럼 돌아갔다. 이번에도 만루홈런.

‘한만두’, 그 것도 한 이닝 만루홈런 두 개를 넘어 ‘한 이닝 한 타자 만루홈런 두 개’라는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고 이 불명예는 지금도 박찬호 커리어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타티스를 다시 만난다. 박찬호는 2일(한국시간) 오전 8시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리는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메츠의 주전 1루수는 카를로스 델가도. 하지만 델가도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 게리 셰필드가 외야수, 타티스가 주전 1루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타티스는 박찬호를 상대로 통산 10타수 5안타 2홈런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5경기 성적도 16타수 8안타 1홈런으로 좋은 편. 박찬호가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티스를 범타로 처리해야 한다.

박찬호가 주의해야 할 또 다른 선수는 호세 레이예스와 카를로스 벨트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레이예스를 내보낸다면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된다. 이번 시즌 루상에 주자가 있을 때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레이예스와의 승부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벨트란의 홈런포도 경계해야 한다. 벨트란은 메츠의 코칭스태프가 가장 신뢰하는 타자. 이번 시즌 많은 홈런(4개)을 허용하고 있는 박찬호로서는 벨트란의 장타를 의식할 필요가 있다.

박찬호는 지난 선발 등판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홈런 2개로 4실점했지만 7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며 팀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더욱 중요하다.

필라델피아 선발투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기록한다면 당분간 붙박이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상대 선발투수는 메츠 시절 5선발을 놓고 경쟁했던 마이크 펠프리(2승 0패 평균자책점 6.32).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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