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라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북한과의 경기에 출전한 박지성(가운데)이 북한 이광철과 치열한 몸싸움을 하며 볼을 다투고 있다. 박주영(왼쪽)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종료 3분전 김치우 프리킥이 그대로 결승골로 연결 한국, 北에 1대0 신승… 월드컵 진출 최대고비 넘겨
마치 예견이나 한 듯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33분 공격수 이근호를 빼고 왼발 프리킥이 좋은 미드필더 김치우(서울)를 투입했다. 김치우는 9분 뒤 왼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낚아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5차전. 한국은 후반 42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김치우가 왼발로 감아 찬 프리킥 결승골로 북한을 1-0으로 따돌렸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11점(3승 2무)으로 북한(승점 10점·3승 1무 2패)을 제치고 조 선두에 올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티켓 획득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한국은 2005년 8월부터 이어온 북한과의 5연속 무승부 징크스에서 탈출하면서 역대 전적에서 6승 7무 1패의 우세를 확고히하게 됐다. 경기 내내 어두운 표정이었던 허 감독은 경기 후 일일이 선수들과 악수하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2007년 말 대표팀 사령탑 취임 후 북한과 네 번이나 비기며 구겼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겼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은 경기였다. 한국은 선 수비 후 역습에 나서는 북한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북한은 수비를 5명 세운 뒤 수비 때는 미드필더까지 가세해 수비의 수가 8명이나 됐다. 한국은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서울)과 조원희(위건)의 패스를 앞세워 좌우 사이드와 중앙 돌파 등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북한의 역습은 만만치 않았다. 북한은 재빠른 역습으로 여러 차례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북한은 후반 1분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해 정대세가 골 지역 왼쪽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이운재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골을 내줄 뻔했다. 후반 19분에는 홍영조가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들어 띄워준 볼을 골 지역 왼쪽에서 박남철이 찼고, 그 볼이 골대 왼쪽을 살짝 빗나가면서 축구팬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팬들은 본부석 왼쪽 골대 뒤에서 5000장의 태극기를 흔들며 ‘태극기 섹션’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북한이 ‘북한 하늘에 태극기와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지는 못하겠다’며 북한 홈경기를 중립 지역에서 펼친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날 4만8366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아 “대∼한민국”을 외쳤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 허정무 감독=본선 진출의 고비였는데 선수들이 집중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팀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전반에 북한 수비가 워낙 밀집해 있어 공간이 생기지 않았다. 김치우를 넣은 뒤 박지성을 전방 배치했다. 밀집된 상황에서의 세트 플레이에 유리해 김치우를 넣었고 그게 주효했다. 이근호는 골을 못 넣어 아쉽지만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오늘도 위치 선정, 공간 침투가 훌륭했다. 북한의 심판 판정 문제 제기에 대해선 논평할 상황이 아니다. 아랍에미리트와의 방문경기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 “정대세 등 구토-설사… 불쾌” ▽북한 김정훈 감독=비정상적 상황에서 진행됐다. 말하기도 싫다. 정대세와 이명국이 경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어제 훈련 후 남측 숙소에서 외부인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식사했는데 골키퍼 2명과 정대세가 설사를 하고 토했다. 경기 전에 경기감독관에게 문제 제기를 했고, 경기감독관이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문의했다. 경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FIFA가 나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오늘 경기를 했다. 심판에 대해 이의도 많다. 이번처럼 불쾌한 건 처음이다. 볼이 골라인을 넘은 것 같은데 심판이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