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김성근 “배터리의 ‘생각하는 야구’ 안타까워”

  • 입력 2009년 3월 26일 07시 59분


고영민 타격 바꿔 끝내기 찬스 못살려-대형 캐처 유격수 없어 4년후 걱정

SK 김성근 감독의 ‘2009시즌 기자단 대상 첫 번째 강의’ 테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이었다.

25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문학구장 감독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WBC 결승전 패배를 “억울함”과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했다.

능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억울함을 되갚고, WBC 준우승이란 가능성을 이어가기 위해 한국야구는 무엇이 모자랐는지가 한일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김 감독의 ‘명강’을 최대한 원문 그대로 살려봤다.

○승부처 1 : 9회말 고영민 타석

9회말 일본 마무리로 나온 다르빗슈는 손이 안 돌아갔다.

6이닝 1실점하면 잘 했다는 소리를 듣는 선발용 투수가 경기 막판 단 1점도 용납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올라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끝내기 찬스에서 등장한 고영민은 첫 번째 파울 땐 자기 스윙을 했지만 그 다음부턴 주자를 진루시키려는 타격으로 바뀌었다.

최고 베스트 히트를 쳐서 자기가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라이트 쪽으로 어떻게든 보내려 했다. 그러다 슬라이더에 당했다.

○승부처 2 : 10회초 이치로의 적시타

2사 1,3루였기에 배터리가 1루주자의 도루를 대비해 움직이는 ‘생각하는 야구’가 필요했다.

벤치의 거르라는 지시는 2차적이다. (이치로를 피하라는 사인이 나왔으면) 포수 강민호가 완전히 일어서야 했다.

포크볼(싱커를 지칭한 듯)을 이치로가 파울로 걷어냈는데 또 선택했다. 그나마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결과론이 아니라 1루가 비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강민호는 볼 6개를 던지는 동안 한 번도 벤치를 안 봤다. 반면 이치로는 2구 몸쪽 볼을 기다렸다.

평소의 이치로라면 능히 방망이가 나갈 볼인데 기다렸다. 1루 주자가 뛸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김태균이 정말 잘 했지만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김태균이 떨어지는 시점이기에 이때 이대호가 올라와줘야 팀이 사는 건데 안 됐다.

○오히려 4년 후가 더 걱정스럽다

3회 대회가 걱정된다. 캐처가 없다. 4년 안에 강민호가 얼마나 성장할지. 각 팀 캐처들이 얼마나 자랄지. 대형 유격수도 없다.

한국야구가 WBC 결승전 패배의 억울함과 가능성을 살리는 길은 인재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렸다. 기업처럼 바깥에 한국야구를 오픈 시켜야 된다.

(선수뿐 아니라) 김인식 감독 같은 지도자는 미국, 일본 가서도 감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미래를 보여줘야 도전할 재목들이 나오는 것이다. 일단 용병 제한부터 걷어내야 된다.

수준 높은 선수가 오면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수준 높은 대처가 나올 수 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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