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리더십④] “한국야구 위대한 도전” 믿음심다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3월 24일 08시 06분



기자들도 인정한 ‘촌철살인’ 대가 - “조국이 있고 야구가 있다” 명언도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말(言)의 힘을 설파한다.

미국 민주당 싱크탱크인 저자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선거마다 번번이 지는 것은 프레임전쟁에서 이니셔티브를 놓치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충언이 통했는지 민주당은 작년 대선에 버락 오바마를 대안으로 택했다. 말의 달인인 오바마는 ‘변화(Change)’를 모토로 들고 나와 정권교체를 이뤘다. 이에 앞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구호로 좌파정권을 탄생시켰다.

현대사회는 총과 돈 싸움이 아니라 언어와 이미지 전쟁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통찰처럼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보다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을 보는 법’이다.

그래서 말로써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팀원을 단합시키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은 리더의 미덕이다.

김인식 감독은 글로 밥 먹는 기자들도 인정하는 촌철살인의 대가다.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김 감독의 말엔 여유, 인간미가 묻어난다.

에피소드 하나. 김 감독의 한화는 2007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대패했다. 야간경기였는데 공식 인터뷰실에 김 감독은 선글라스를 쓰고 들어왔다.

누군가 이유를 묻자 그는 말했다. “창피해서 벗을 수가 없어.” 자못 숙연했던 인터뷰실은 폭소가 터졌다. 패장이라 믿기 어려운 초연과 달관이다.

김 감독은 ‘독배’로 여겨지던 WBC 감독직을 수락할 때 ‘명언’을 남겼다.

“조국이 있고 야구가 있다.”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김 감독이지만 이 레토릭 한마디로 김 감독은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포지셔닝을 확보했다.

그리고 WBC 4강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위대한 도전”이란 화두를 던졌다.

이 짤막한 문구로 대표팀의 빛나는 여정을 함축시켰다. 마치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류한 뒤 닐 암스트롱이 했다는 “저에게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 연상된다.

‘그림이 아니라 화가’란 말대로 김 감독의 화법은 흉내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김 감독 말의 힘은 받아들이는 사람을 수긍케 하는 진정성에 뒷받침하고 있다. 믿을 신(信)을 파자하면 곧 사람(人)의 말(言)이 된다.

김인식이란 리더(인간)가 신망을 얻기에 그의 메시지(말)까지 듣는 이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리라.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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