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한민국 ‘10번 타자’도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오늘도 하루 종일 야구가 화제였습니다. 경제도 안 좋은데 야구가 교민들 시름을 달래주네요.”

다저스타디움에 다시 한 번 태극기가 물결친다. 너무도 익숙한 ‘대∼한민국’ 함성도 메아리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전송택 씨(68)는 22일 지인들과 함께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준결승전을 관전했다. 물론 일본과의 결승전 때도 다저스타디움을 찾을 계획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1978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때는 한국이 못살았죠. 저희보다 먼저 독일로 간 광원이나 간호사들보다야 덜했겠지만 당시 이민 온 사람 중에 고생 안 한 사람 있습니까. 육체적인 고생이야 세월이 지난 뒤 얘기라도 하지만 혹독했던 마음고생은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요즘 이민 세대는 그런 건 잘 모를 거예요.”

이민 1세대인 그에게 한국의 잇단 승전보는 힘들었던 과거를 잊게 해주는 활력소다. 부모의 희생 덕에 덜 고생하고 자란 2세대, 3세대에게는 가슴 뿌듯한 자랑거리다.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 교민들은 결승전 때 현지 응원단 ‘파란 도깨비’를 중심으로 대형 태극기, 막대 풍선, 봉지와 신문지 응원 등 국내 야구장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응원 방식을 준비했다. ‘대∼한민국’ 영어 발음에 맞춘 ‘Dae∼han minkuk’ 피켓과 현수막까지 만들어 외국인도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이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베네수엘라를 완파한 데에는 ‘10번 타자’ 교민들의 응원이 결승 타점 못지않은 역할을 했다. 24일에는 일본 팬도 많이 오기 때문에 양국 응원전은 그라운드 대결 못지않게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식 감독은 아픈 몸으로 대표팀을 맡으면서 “국가가 없으면 야구도 없다”고 말했다. 전 씨는 “조국이 잘돼야 교민들이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이역만리 미국 땅의 교민들에게 김 감독이 이끄는 ‘팀 코리아’는 또 하나의 조국이다.

로스앤젤레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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