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中돌풍 날려버린 윤석민의 오른손

  • 입력 2009년 3월 9일 08시 02분


6회말 공격에서 한국이 1점만 더 뽑아 콜드게임이 조기 완성됐더라면 ‘6이닝 완봉승’이란,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진기록이 나올 뻔 했다.

일본전에서 충격의 콜드게임패를 당하고 패자부활전으로 밀린 한국 대표팀에게 8일 중국전은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어서였다.

김인식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선택한 선발 카드는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23·KIA)이었다. 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 당시,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뒤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행 비행기를 탔던 그는 한국 선수단이 ‘9전 전승 신화’속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낼 때 음지에서 마운드를 지킨 ‘숨은 영웅’이었다.

김광현(SK), 류현진(한화)의 빛에 가려 그렇지, 그의 활약은 두 왼손 에이스 못지 않았다. 불펜으로 주로 활약한 그는 5경기에 등판, 2승1세이브 방어율 2.35의 눈부신 활약으로 소금같은 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의 대표팀 내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졌고, 윤석민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등판해서도 결코 흔들리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6이닝 무실점. 20명의 타자들을 맞아 단 2안타만을 내줬을 뿐이었고 4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기대한대로 막힘없이 시원시원하게 볼을 뿌렸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대만을 따돌리고, 7일에도 대만을 다시 꺾어 WBC 1라운드에서 ‘화제의 팀’으로 부상한 중국이었지만 윤석민 앞에서는 힘 한번 쓰지 못했다. 일본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도 5안타를 때렸던 중국은 그 앞에서 더 이상 ‘돌풍의 팀’이 아니었다.

정확히 70개의 볼을 뿌려, 1라운드 한 게임 최다투구수 제한을 꽉 채우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그는 “방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면서 “투구수를 아끼려고 빠르게 승부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세 번째 선발로 내정돼 있어 어제 일본전에서 우리가 이겼더라면 내일(9일) 내가 선발로 나갈 수 있었는데…. 아쉽다”면서 일본전 등판이 무산된 것에 진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윤석민은 덧붙여 “일본전에서 크게 졌다고 동요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팬들을 안심시킨 뒤 “우리 대표팀은 항상 애국심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앞으로 게임에서 베이징처럼 정신력으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도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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