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이 환호 ‘미소 천사’ 신지애가 8일 싱가포르 타나메라CC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 최종 4라운드 18번 홀에서 파 퍼트를 넣은 뒤 승리를 예감한 듯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신지애는 최종 라운드에서 6타 차를 극복하고 11언더파 277타로 호주의 캐서린 헐을 2타 차로 제쳤다. 사진 제공 JNA
신지애, HSBC 4R 6타차 뒤집고 화려한 부활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마지막 라운드에 유난히 강하다고 해서 ‘파이널 퀸’이라는 별명이 붙은 신지애(21).
그는 8일 싱가포르 타나메라C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스 최종 4라운드를 앞두고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선두에 6타 차로 뒤져 있었고 올 시즌 부진에 허덕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지애는 매서운 뒷심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1∼4번홀에서 4연속 버디를 앞세워 불같은 추격전을 펼친 신지애는 보기 없이 버디 6개로 이틀 연속 6언더파 66타를 몰아쳐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그는 LPGA투어 정식회원이 된 뒤 3개 대회 만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으며 ‘골프 여왕’을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상금 30만 달러(약 4억6000만 원)를 받아 상금 랭킹에서 앤절라 스탠퍼드(32만2571달러)에 이어 2위로 점프.
신지애는 1996년 신인으로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캐리 웹 이후 두 번째로 최소 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그는 “잠시 안 됐을 뿐인데 주변에서 슬럼프라며 날 못 믿는 것 같아 서운했다. 이제는 신인상과 4승 이상을 거두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초크 라인(분필 선)’이라는 또 다른 애칭처럼 정교한 샷으로 3, 4라운드에 노보기 플레이를 펼친 그는 “상대가 못해서 우승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 딱 그랬다”며 웃었다.
지난해 비회원으로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신지애는 최근 이런저런 악재에 시달렸다. 메인 스폰서 계약이 늦어졌고 외부 스케줄이 쏟아져 훈련이 부족했다.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 2라운드에서 81타를 치며 생애 첫 컷오프 탈락의 수모까지 당했다.
이런 위기에서 그는 처음 골프를 시작한 전남 함평군에서 훈련하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지난주 태국 혼다대회에서 공동 13위에 오르며 서서히 컨디션을 되찾았다.
신지애는 1, 2번홀 버디에 이어 3번홀(파3)에서 13.7m짜리 칩인 버디를 한 뒤 4번홀(파4)에서도 4.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선두 캐서린 헐(호주)을 압박했다.
행운도 따랐다. 헐은 10번홀(파4)에서 보기를 한 뒤 13번홀(파5)에서는 드라이버 티샷이 심하게 왼쪽으로 휘어져 언플레이어블(칠 수 없는 곳에 공이 떨어져 1벌타를 받고 드롭하는 것)을 선언했다. 화단에서 공을 쳐내 5온 2퍼트로 더블보기를 하면서 신지애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헐은 14번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보기를 했다. 신지애는 이 틈을 노려 15번홀(파5)에서 서드 샷을 컵 3.6m 지점에 떨어뜨리며 버디를 잡아 2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