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1회 대회땐 ‘30년 발언’으로 공분 불러… 이번엔 말 아껴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30년 동안 일본을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대회 전)

“야구 인생 최대의 굴욕이다.”(한국에 2연패한 뒤)

일본이 자랑하는 스즈키 이치로(36·시애틀)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30년 발언’은 진의가 왜곡된 부분이 있지만 한국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의 이름에 맞춘 ‘입 치료’라는 별명도 그때 얻었다.

이치로가 한국에 연패한 뒤 더그아웃에서 영어로 욕을 하는 장면은 당시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해 제2회 WBC 대회를 앞두고 이치로는 조용하다.

그는 4일 도쿄돔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실력 차이가 없는 한 압승은 어렵다. 상대 팀도 전력을 다하는 단기전이기 때문에 쉽게 이기기는 힘들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만만했던 3년 전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이치로가 호언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6차례 연습 경기에서 그의 타율은 0.130(23타수 3안타)에 그쳤다. 2월 초만 해도 “투수로 나설 수도 있다”며 투구 연습까지 했던 그였지만 현재까지는 타격 연습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판이다.

그래도 일본은 대표팀의 상징인 이치로를 믿고 있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요미우리)은 “이치로는 사무라이 저팬의 리더다. 그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최고의 팀이 된다”고 말했다.

이치로의 부진은 한국으로서는 호재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치로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그는 제1회 WBC 대회 당시 평가전에서 16타수 3안타, 아시아 라운드에서 13타수 3안타로 부진했지만 8강 본선부터 결승까지 5경기에서 타율 0.450(20타수 9안타)으로 일본의 우승에 앞장섰다. ‘천재 타자’는 쉽게 얻은 별명이 아니다.

도쿄=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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