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아빠들의 실력은] 골프의 골자도 모르는 왕초보도 있었다니…

  • 입력 2009년 1월 2일 08시 36분


골프아빠들 중에는 유난히 고수들이 많다.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을 일궈낸 박인비(21·SK텔레콤)의 부친 건규(47) 씨의 실력도 ‘챔피언급’이다. 베스트 스코어가 3언더파인 소문난 골프광이다. 지금은 거의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스코어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래도 70대 후반, 80대 초반은 치지 않겠어요”라며 대답한다.

박인비가 골프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아빠의 골프사랑 때문이었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연장전 중계를 지켜보던 건규 씨는 ‘그래 이거구나’라는 생각에 딸 인비를 깨워 함께 중계를 봤고, 일주일 뒤 연습장에 데려가 골프를 가르쳤다. 골프에 ‘골’자도 모르던 박인비는 박세리의 우승 장면만 보고 무작정 골프를 시작했다.

다행히 그 선택은 빗나가지 않았다. 박인비는 10년 만에 똑같은 자리에 섰다.

클럽챔피언 출신의 골프아빠도 있다.

중견골퍼 한지연(34)의 부친 유길(62) 씨는 제주 출신이면서 클럽챔피언을 세 차례나 지낸 아마추어 고수다. 제주도 골프장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덕에 2006년 제주에서 열린 스카이힐오픈에서는 아마추어였던 강성훈(21·신한은행)의 백을 메고 코스에 나서기도 했다.

반대로 자식들 골프교육 때문에 클럽을 내려놓은 아빠들도 많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관계로 한입이라도 덜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KLPGA 신인왕 최혜용(19·LIG)의 부친 예운(49) 씨는 두 달 남짓 골프를 배우다 클럽을 내려놨다. 처음에는 함께 배울 생각이었지만 딸의 소질을 발견하고서는 뒷바라지에만 전념해오고 있다.

실력은 골프아빠들의 평균 수준을 밑돈다. 베스트 스코어 84타의 보기플레이어다. 수준급 골프아빠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선 집에서 특별 레슨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올해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양희영(20·삼성전자)의 부친 준모(43) 씨도 좋아하던 골프와 담을 쌓았다.

“애한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둘이 같이하면 기둥뿌리가 다 뽑혀나간다”는 게 그 이유다.

그래서 좀더 골프를 배우기 쉬운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보경(23·스릭슨)의 부친 정원(54) 씨는 아예 골프를 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빠의 영향을 받아 골프와 인연을 맺었지만, 김보경은 아빠 친구의 영향을 받았다. 특이한 케이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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