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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5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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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김(金)의 전쟁’, 승자는 누가 될까.
‘쫓는 자’ 두산 김경문 감독(50)은 플레이오프 도중 “한국시리즈에 가서 2등의 초라함을 느끼느니 차라리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는 게 낫다”고 했다. 2005년과 지난해, 두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준우승 감독’의 비애를 누구보다 처절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아픔을 겪어 본터라 각오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쫓기는 자’ SK 김성근 감독(66)은 감독 생활 23년만인 지난해 한국시리즈 첫 우승이라는 그토록 꿈꾸던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 뒤늦게 찾아온 기쁨과 행복, 그래서 한 번 더 그 감동을 느끼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 한국시리즈를 넘어 11월 일본, 대만, 중국 챔피언과 맞붙는 ‘아시아시리즈 제패’라는 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난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한 때 사제지간의 연을 맺기도 했지만 이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두 번째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치게 됐다. 첫 번째 대결은 먼저 2패를 당하고도 내리 4게임을 따낸 SK 김 감독의 승리였다.
김경문 감독이 현역 포수로 뛰던 1984년, 두산의 전신인 OB 감독으로 사령탑에 데뷔한 김성근 감독은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모든 걸 말해주는 지도자이다.
두산 김 감독은 2004년 사령탑에 데뷔했다. 감독 데뷔 시점만 놓고 보면 정확히 20년 차이가 난다. 두산 김 감독은 올해까지 5년 동안 세 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며 지도자로서 명성을 쌓고 있다. 더욱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9전 전승 신화를 이끌며 금메달을 획득,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확연히 구별된다. SK 김 감독은 데이터에 기초한 일본식 세밀한 야구를 구사하는 반면, 두산 김 감독은 ‘감(感) 야구’의 대명사로 불리며 미국식 빅볼을 선호한다. 번트에 대한 극단의 태도에서 두 감독 스타일은 확연히 엇갈린다. 올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맞대결이 끝난 뒤 SK 김 감독이 두산 김 감독을 찾아가 악수를 건넬 정도로 앙금이 많이 풀리기도 했지만 둘은 지난해 시즌 도중부터 때론 날카로운 날을 세우기도 하는 등 제법 오랜 시간 긴장 관계를 유지했었다.
특히 두 감독은 올해로 나란히 소속팀과 계약이 끝난다. 둘 다 재계약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두 사람의 몸값 역시 이번 시리즈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로 흥미 있는 ‘리턴매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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