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0월 21일 09시 1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보스턴 레드삭스의 기적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았다. 20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는 홈 트로피카나필드에서 벌어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매트 가르자의 7이닝 2안타 1실점 호투를 발판삼아 3-1로 보스턴을 누르고 구단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월드시리즈 홈구장 이점을 안고 있는 탬파베이는 23일 내셔널리그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트로피카나필드에서 7전4선승제 승부를 펼친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계속되고 있다
탬파베이는 98년 창단 이후 첫 월드시리즈 진출이다. 만년 꼴찌 팀에서 아메리칸리그 챔프에 올라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상 전년도 꼴찌에서 이듬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91년 미네소타 트윈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이후 탬파베이가 세번째다. 탬파베이는 5차전에서 보스턴에 7-0으로 다 이긴 게임을 7-8로 역전패 당해 시리즈 승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신사’로 통하는 조 매든 감독의 탬파베이는 1회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 홈런을 허용하고도 이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1승3패의 열세를 딛고 3차례나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역전의 명수 보스턴은 패기의 탬파베이 투타 힘에 눌려 결국 월드시리즈 2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MVP 매트 가르자
이번 시리즈에서 양팀 선발투수가 2경기 연속 호투한 경우는 탬파베이의 가르자가 유일하다. 3차전 적지에서 6이닝 6안타 1실점으로 보스턴을 누른 가르자는 벼랑끝 경기인 7차전 승부에서 또 다시 존 레스터와 맞붙어 7이닝 2안타 1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쳐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가르자(25)는 원래 미네소타가 2005년 1차지명으로 뽑은 유망주였다. 지난 시즌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2007년 11월 외야수 델몬 영을 포함한 3대3 맞트레이드로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었다. 호타준족의 영은 마이너리그 시절 심판판정에 항의하다가 배트를 집어던진 장본인. 탬파베이는 투수가 필요했고, 중견수 토리 헌터가 빠진 미네소타는 공격력이 절실해 성사된 트레이드다. 이 때 가르자와 함께 온 유격수가 제이슨 바틀렛이다. 풀타임 3년 만에 가르자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우뚝섰다.
○이번에는 매치업으로 역전패 차단
메이저리그에서 경기 후반 좌타자가 나올 때 좌완을 세우고, 우타자가 나서면 우완을 기용하는 것을 두고 ‘매치업’이라고 한다. 사실 탬파베이가 5차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것은 조 매든 감독이 매치업을 너무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차전 벼랑 끝 승부에서 매든 감독은 3-1로 앞선 8회 한 타자씩 매치업으로 실점위기를 넘겨 승리할 수 있었다. 8회 선두타자 알렉스 코라를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시키자 매든 감독은 선발 가르자를 빼고, 우완 댄 휠러를 기용했다. 휠러는 시즌 막판 소방수였다. 휠러는 좌타자 코코 크리스프를 우전안타로 내보내 위기에 몰렸지만 1회 홈런을 때린 페드로이아를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데이비드 오르티스가 나오자 좌완 J P 하웰로 맞서 2루 땅볼로 막았다.
계속된 1,3루 상황에서 우타자 케빈 유킬리스 타석 때는 언더핸드스로 채드 브래드포드로 맞섰다. 하지만 브래드포드가 유킬리스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만루 상황이 됐다. 타석에는 5차전의 히어로 J D 드루. 매든 감독은 이 위기에서 올시즌 메이저리그 14이닝밖에 던지지 않은 루키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프라이스는 드루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9회에도 삼진 2개를 추가해 챔피언결정전 최연소(23) 세이브를 기록했다. 좌완 프라이스는 155km의 싱싱한 볼을 뿌렸다.
○그 많은 모자와 옷은 어디로 갈까
포스트시즌 7차전 승부 때는 양 팀이 모두 샴페인과 맥주를 준비한다. 또 준비하는 게 승리의 모자와 언더셔츠 상의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탬파베이 레이스, 또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 문구가 들어간 모자와 옷들이다. 승리 확정과 함께 선수단, 구단 직원 모두 모자와 상의를 입는다. 이날 7차전에서 승리는 탬파베이에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보스턴이 준비한 모자와 옷은 모두 어디로 갈까. 박스 채로 아프리카와 남미의 오지로 보낸다. 유통을 막는 차원에서다.
[관련기사]‘홈런군단’ 탬파베이의 전인미답의 홈런 페이스
[관련기사]‘만년꼴찌’ 탬파베이, ‘첫 WS 진출’로 MLB 역사 장식
[화보]탬파베이, 보스턴 꺾고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