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버린 허정무 감독, 한국축구를 부활시키다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1시 46분


공격이 최고의 수비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에서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이하 UAE)을 4-1로 크게 꺾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허정무호는 그 동안 3-4-3 포메이션과 4-4-2 포메이션을 혼합해 경기를 운영했다. 허 감독은 주로 경기 초반 한 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이용한 포스트플레이를 통해 골을 노렸고,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4-4-2로 전환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3-4-3 포메이션 가동 시 측면까지 공이 전개된 뒤 올라오는 크로스가 부정확했다. 또 이선 침투마저 부족해 번번이 스트라이커가 상대 수비진에 고립되면서 득점 루트가 완전히 차단되는 폐단이 연출됐다.

게다가 마지막 해결책으로 제시됐던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답답함이 이어지자 4-4-2로 포메이션을 전환했지만 이번에는 막혀있던 공격의 활로를 뚫어 줄 플레이메이커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실망감만 커지던 축구팬들은 침체에 빠진 한국축구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허 감독의 전술부재를 꼽았다. 더욱이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마법을 동경하며 ′더 이상 한국축구에 희망은 없다′라는 비관적인 의견까지 내놓기도 했다.

결국 고심하던 허 감독은 자존심을 버렸다. 한국축구의 부활을 위해 9개월여 동안 고집해오던 주 포메이션을 교체한 것. 현대 축구계 흐름인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는 점을 깨닫고 이를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의 전환은 곧바로 효과로 나타났다.

이날 4-4-2 포메이션을 내세운 허 감독은 이전보다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일 수 있었다. 장신 공격수 정성훈이 높은 타점으로 제공권을 장악했고, 투톱으로 기용된 이근호 역시 빠른 공간침투로 기동력을 끌어 올리며 두 골을 몰아쳤다. 최전방 공격이 활기를 찾자 자연스레 다양한 공격 옵션이 발휘됐고, 나머지 선수들도 신바람을 타며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3선(공격-중원-수비)의 간격이 줄어들면서 상대에게 많은 공간을 내주지 않아 빠른 역습전개가 가능했다. 또 러시아와 독일 리그에서 활약하며 4-4-2 전술에 익숙한 김동진과 이영표는 물샐 틈 없는 수비 뿐만 아니라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파괴력을 더했다.

무색축구에서 빠른 공격축구로의 변신에는 성공했지만, 허정무호가 4-4-2 포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확실한 중앙 수비자원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2-0으로 앞서던 후반 26분 중앙 수비수 조용형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알 하마디(알 아홉리)에게 볼을 빼앗겨 어이없이 실점을 허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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