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코트여, 굿바이!… 농구스타 전희철 은퇴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14일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합동 은퇴식에서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재(KTF) 정종선(전자랜드) 이흥배(LG) 전육 한국농구연맹 총재 성준모(오리온스) 전희철(SK) 김재훈(모비스). 연합뉴스
14일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합동 은퇴식에서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영재(KTF) 정종선(전자랜드) 이흥배(LG) 전육 한국농구연맹 총재 성준모(오리온스) 전희철(SK) 김재훈(모비스). 연합뉴스
“얼마 전 은퇴하는 꿈을 꾸었어요. 꿈속에서 울고 있었지요. 솔직히 은퇴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에어본’ 전희철(35)은 올해 초 은퇴 기로에 선 복잡한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얼마 뒤 은퇴를 발표했고 SK 2군 감독으로 프로농구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4일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만난 전희철의 표정은 밝았다.

“은퇴를 고민하던 4, 5월 두 달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하지만 1∼2년 더 뛰는 것보다 지도자 수업을 빨리 받는 게 좋을 것 같아 은퇴를 결정했죠.”

트레이드마크인 단정하게 자른 곱슬머리와 깔끔한 외모는 여전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농구의 황금기를 이끌던 때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당시 그는 고려대에서 김병철 현주엽과 함께 연세대 이상민 문경은 서장훈과 명승부를 펼치며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 세대 중에서 가장 먼저 유니폼을 벗게 됐다.

“그때는 마치 농구 선수가 아니라 연예인 같았어요. 내가 최고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농구대잔치 우승을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아요.”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전희철은 시련을 겪는다. 파워포워드인 그는 용병들이 들어오면서 예전처럼 빛을 못 보게 된 것. 그래도 그는 2001∼2002 시즌 오리온스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외곽에서 돌면서 슛만 쏘면 3년은 더 뛸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플레이를 팬들이 보고 싶어 할까요”라며 “은퇴는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도 많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행운아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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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동아일보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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