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바레∼ 닛코, 아이스하키 응원하러 한국에 왔어요”

  • 입력 2008년 10월 7일 08시 57분


“간바레(힘내라)∼닛코!”

하이원과 일본 실업팀 닛코 아이스벅스의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2008-2009시즌 경기가 펼쳐진 지난 주말 춘천 의암 빙상장. 모처럼의 연휴를 맞아 가족, 연인 단위의 팬들이 많이 찾은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그룹이 있었다. 일본에서 춘천까지 원정 응원을 온 아이스벅스 서포터스였다. 총 14명인 이들은 0-7(4일), 0-3(5일)이란 참담한 스코어와 승패 여부를 떠나 일본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간바레∼닛코”를 외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닛코 지역 공장 근로자로 일한다는 후쿠하라(41)씨는 예정에 없는 휴가를 내고 춘천을 찾았다고 했다. 나머지 팬들도 대부분 직업이 있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연고 팀을 사랑하는 마음에 자비로 한국에 왔다. 사실, 닛코 주민들의 팀 사랑은 유별나다.

아이스벅스는 6-7년 전 지속적인 국내 경기 침체로 스폰서 기업이 손을 떼 해체 위기에 내몰렸다. 선수들은 봉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하나 둘씩 팀을 떠났다. 그러자 지역민이 두 팔을 걷어부쳤다.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후원금을 냈고, 결국 시민 구단으로 거듭났다. 연간 20억원 소요되는 팀 운영비도 여전히 닛코 시민들이 충당하고 있다. 일본내 4개 실업팀 중 가장 적은 액수지만 자신들이 ‘팀을 살렸다’는 지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래서 아이스벅스 유니폼에는 다른 팀과 달리 여러 개의 후원 업체명이 부착돼 있다. 심지어 닛코 홈 경기장에는 미용실과 라멘집 등 개인 사업체의 상호명이 새겨질 정도다. 요시다케(29·대학원생)씨는 “닛코에선 아이스하키가 최고 인기종목이다. 팀은 우리가 있어, 우린 팀이 있어 살 수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춘천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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