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런던선 ‘비운의 궁사’ 딱지 뗀다”

  • 입력 2008년 9월 24일 08시 54분


4년 뒤면 우리 나이로 마흔. 하지만 김보람(35·두산중공업)은 “런던올림픽 때까지 뛰어보고 싶다”고 했다.

○올림픽 개인전 5연속 아쉬운 노메달

23일 경북 예천의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제40회 전국남녀양궁종합선수권. 김보람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95명의 남자선수가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위로는 김성남(38·예천군청)뿐.

김보람은 비운의 궁사로 불린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 2000시드니올림픽과 2004아테네올림픽, 2008베이징올림픽선발전에서는 5-7등으로 고배를 마셨다. 1996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최종 국가대표 3명에 뽑혔지만 단체전 은메달로 아쉬움을 남겼다.

○불운에도 후배 챙기는 마음은 ‘1등’

하지만 불운의 순간에도 항상 후배들을 먼저 챙겼다. 베이징올림픽선발전 탈락 후에도 눈물을 흘리는 후배 김원정(27·대구서구청)을 위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 친구들은 처음 떨어진 거잖아요. 저는 하도 많이 떨어져봐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후배들도 많다. 베이징올림픽남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창환(26·두산중공업)은 “(김)보람이 형 때문에 두산중공업을 택했다”고 할 정도. 김보람은 “8월에는 (이)창환이 응원하느라 연습을 하나도 못했다”고 했다. “예전에는 단지 부러움의 눈초리로 바라봤지만 이번에는 올림픽에 나간 모든 후배들이 꼭 내가 뛰는 것처럼 잘되기를 바랐다”고. 후배들 응원하다가 다시 한 번 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과감함 되찾아 승부할 것”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하잖아요. 경험이 많으니 경기장 안의 모든 변수들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겁이 많아졌어요. 그럴 때면 ‘이제 나도 나이가 좀 들었구나’ 싶습니다.” 김보람은 “과감함을 되찾겠다”고 했다. “힘든 선수생활 접고, 지도자를 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운동선수가 가장 편하죠. 지도자는 신경 쓸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아직 체력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김보람은 일반인은 당기기도 힘든 48파운드짜리 강궁(强弓)을 쓴다. 진호양궁장의 푸른 잔디처럼, 김보람도 파랬다. 김보람과 이창환, 연정기가 호흡을 맞춘 두산중공업은 이번 대회 단체전 예선 70·90m중간합계에서 1972점으로 1위에 올랐다.

예천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 = 예천|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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