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없는 선글라스, 태양이 기가막혀!

  • 입력 2008년 8월 13일 08시 23분


“습기 서리는 렌즈 빼고 출전”…미국 비치발리볼 선수 제안

“렌즈 없는 선글라스를 써야겠다.”

미국 남자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연일 계속되는 베이징의 무더위와 높은 습도 탓에 경기중 착용하는 선글라스 렌즈에 습기가 차자, 이를 참지 못해 제시한 긴급 제안이다.

미국 대표팀 필 댈호서는 11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렌즈에 습기가 서려 축축하고 굉장히 불쾌한 상태다. 차라리 렌즈를 빼고 경기에 참여하고 싶다”며 더위를 호소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선글라스를 벗겠다는 것이 아니라 렌즈를 빼고 테만 쓰겠다는 이야기다.

낮에는 태양 빛에, 밤에는 조명 빛 아래 눈을 보호해야 하는 비치발리볼 선수들에게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 하지만 12일 한 낮 베이징의 습도가 96%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날씨로 인해 렌즈에 서리는 김은 오히려 경기를 방해하고 있다.

이런데도 선수들이 렌즈는 포기해도 테는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스폰서 때문이다. 로이터는 “렌즈를 빼고 테만 착용하겠다는 선수들의 선택은 스폰서를 유지해야 하는 궁여지책이다. 영화배우들이 어두운 클럽에서 선글라스를 끼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광경일 것”이라고 비유했다.

미국 남자 비치발리볼 선수들은 올림픽 개막 이후 황당 발언을 계속 내뱉어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도트 로저스는 베이징의 더위에 지친 나머지 “남자 선수들도 바지만 입고 경기에 나서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비키니 유니폼으로 더위를 피하지만 남자는 올림픽에서 무릎 위 10cm 반바지와 민소매 셔츠를 의무화하고 있어 이에 불만을 품은 발언이다. 돌출 발언은 곧바로 스포츠팬의 호기심 유발로 이어진다. 이에 자극받았는지 개막식에 맞춰 베이징을 방문한 부시 미 대통령도 직접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찾아 자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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