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총잡이’ 北 김정수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9분


진종오와 시상대 3번 함께 올라

번번이 메달색깔 한단계씩 뒤져

묘한 인연이다.

한국 사격의 에이스 진종오와 북한의 대표적인 총잡이 김정수(사진)는 세 번이나 올림픽 시상대에 나란히 섰다.

12일 끝난 베이징 올림픽 사격 50m 권총에서 진종오는 금메달을 땄고 김정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린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9일 열린 사격 10m 공기 권총에선 진종오가 은메달, 김정수는 동메달이었다. 당시 이들은 밝게 웃으며 주종목인 50m 권총에서는 우승을 노리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덕담을 나눴지만 사흘 후 진종오가 0.2점 차로 김정수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면서 다정했던 장면은 예전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결선 마지막 발에서 진종오는 실수에 가까운 8.2점을 쏜 반면 김정수는 10.5점을 기록했기에 환희와 한숨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수는 우승을 놓친 아쉬움에 연방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의식한 진종오는 시상식에서 김정수에게 “좀 웃어라”고 살짝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수는 취재진에 “체육인의 포부이고 희망인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악을 쓰고라도 이기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진종오와 김정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50m 권총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했다. 둘 다 4년이 흘러 같은 종목에서 한 계단씩 순위를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둔 셈.

진종오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세 살 위인 김정수를 처음 만나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뒤 6년 넘게 국제무대에서 우정 어린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언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처지. 그렇기에 이번 대회에서 남다른 추억이라도 남기고 싶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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