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짜리 ‘날씨 공정’ 결국 실패?

  • 입력 2008년 8월 9일 03시 01분


베이징 올림픽 개회일인 8일 오전 개회식이 열리는 주경기장 ‘냐오차오’ 주변에서 시민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이날 안개와 스모그로 주경기장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베이징 올림픽 개회일인 8일 오전 개회식이 열리는 주경기장 ‘냐오차오’ 주변에서 시민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이날 안개와 스모그로 주경기장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올림픽 개막일인 8일 베이징 날씨는 100∼200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렸다. 평소 시정거리 200∼500m보다 더 심한 스모그다.

게다가 이날은 삼복더위 가운데 하나인 말복(末伏)으로 최고온도는 섭씨 34도 이상 올라갔다. 개회식이 열리는 국가체육장(냐오차오·鳥巢) 부근 온도는 밤에도 30도 안팎을 기록했다. 습도 또한 70∼85%까지 올랐다.

평소 베이징 날씨는 온도는 높지만 습도는 낮아 그늘에만 들어가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개회식 날씨는 고온다습한 무더위에 스모그까지 겹쳐 최악의 날씨를 연출했다.

베이징 시는 그동안 공기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1998년부터 10년간 무려 1200억 위안(약 18조 원)을 쏟아 부었다. 오염 배출 업체를 이전시키고 교통수단을 매연 저감형으로 바꿨으며 심지어 3만 채의 연탄아궁이까지 없앴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 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을 자주 보여주던 베이징 날씨는 최근 들어 갑자기 변했다. 이달 3일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던 날씨는 4일부터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18조 원 들인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의 파란 하늘은 물거품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개회식 1시간 전인 오후 7시에 소나기가 올 것’이라는 하루 전 예보는 이날 오후 “비가 안 올 것 같다”로 바뀌면서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개회식에 참석한 9만1000여 관중은 연방 흐르는 땀을 닦으며 개회식을 보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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