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이사람/67세 최고령 출전 마장마술 日 호케쓰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5분


44년만의 재도전 “나이는 숫자일뿐”

평균 연령이 53세인 남성 1명과 여성 2명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춘다.

희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홍콩에서 열리는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한 일본 대표팀이 그렇다. 승마는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겨루는 종목이기는 해도 특이하기만 하다.

호케쓰 히로시(사진)는 67세로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령 출전 선수가 됐으며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2관왕 출신인 야기 이메코(58)는 여자 선수 최고령 출전자. 나머지 한 명은 기타이 유코로 35세여서 그나마 젊은 편이다.

특히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올림픽에 나서는 호케쓰의 감회는 남다르다. 12세 때 승마에 입문한 그는 20대 초반이던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뒤 무려 44년 만에 다시 올림피언이 되는 꿈을 이뤘다. 이번 대회 승마에 최연소로 출전하는 브라질의 루이자 알메이다(18)를 비롯해 손자뻘 되는 선수들과 겨루지만 의욕이 넘친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목표가 있으면 늘 젊음을 유지할 수 있어요.”

게이오대와 미국 듀크대학원을 거친 호케쓰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대표팀 후보로 뽑혔으나 출전에는 실패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출전권을 따냈으나 자신의 말이 출국에 앞서 검역에 걸려 아쉽게 포기해야 했다. 그 후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존슨앤드존슨 같은 다국적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승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2003년 정년퇴직 후 승마 강국 독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말을 타며 올림픽을 향한 황혼의 열정을 쏟았다.

일본에서 희성인 호케쓰는 해적의 후예라는 사실로도 화제를 뿌리고 있다. 그의 선조가 일본 전국시대에 해적으로 이름을 날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잡은 뒤 정규군에 편입돼 규슈 정벌에 공을 세웠다는 것. 이런 내력 때문에 ‘조상에게 불굴의 의지를 물려받았다’는 얘기를 듣는 호케쓰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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