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만리장성 ‘단체’로 허문다

  • 입력 2008년 8월 4일 09시 10분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협회의 내분 때문에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탁구. 일각에서는 “저러다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하지만 천영석 전 회장이 자진 사퇴하고, 유남규와 현정화 코치가 복귀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올림픽 개막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극적인 화해였다.

이런 아픔을 겪은 탓인 지 선수들의 각오는 더욱 단단해졌다. 선수들의 함성 소리는 우렁찼고, 코칭스태프는 더 진지한 자세로 훈련을 독려했다. 서상길 남자대표팀 코치와 윤길중 여자대표팀 코치는 “모든 것을 떠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사명감을 가져야한다”면서 “정신의 무게로 탁구를 쳐야한다”고 강조했다.

○단체전에 승부 건다

사실 ‘만리장성’ 중국을 이길 수 있는 팀은 한국 밖에 없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판단. 특히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복식이 폐지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단체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 코치는 “개인전 보다는 단체전에 많이 치중하고 있다. 16개 팀이 출전하기 때문에 한 두번의 고비를 잘 넘겨준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단체전은 16개 팀이 4개조로 나눠 풀리그를 벌이며, 8월7일 조 추첨이 이뤄진다.

여자 단체전 출전 멤버는 이미 결정됐다. 중국에서 귀화한 당예서가 단식 2번을 뛰고, 김경아와 박미영이 복식으로 나선다. 윤 코치는 “당예서가 얼마나 잘 해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면서 당예서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남자 단체전은 아직 유동적이다. 유승민, 오상은, 윤재영 등 3명 중 누구를 복식에 출전시킬 지를 놓고 고민 중인데,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에 붙이겠다고 한다.

○유승민의 2연패는 가능할까

쉬인성 전 중국탁구협회장은 중국의 금메달 싹쓸이의 최대 위협으로 유승민을 꼽았다. 쉬 전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승민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라고 극찬하면서 중국이 가장 경계해야할 선수로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다.

유승민이 넘어야할 산은 물론 중국이다. 세계랭킹 8위인 유승민은 2004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맞붙은 이면타법의 왕하오와 마린, 왕리친 등을 넘어야한다. 범실이 적기로 유명한 왕하오와의 상대전적은 2승16패로 절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강 시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빠르면 단식 16강부터 ‘만리장성’과 마주치게 된다. 가는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유승민의 승부수는 장기인 파워드라이브와 백쇼트. 서 코치는 “유승민의 드라이브 때 동작이 크다. 이는 속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파워는 좋은 자세이다. 체중이 실리기 때문이다”면서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는 물론이고 백쇼트가 맞아 들어간다면 한번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이미 상대에 대한 분석은 모두 끝난 상태. 특히 이면타법에 대한 대응책은 마련된 상태이다.

서 코치는 “이면타법은 몸쪽에 오는 볼에 약하다. 스윙 속도가 떨어진다”면서 “유승민이 얼마나 많이 포어 방향을 잡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중국이 홈그라운드이지만 중국 선수들은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1위를 지켜야한다는 스트레스와 함께 홈그라운드의 중압감을 잘 이용한다면 중국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중국탁구는 왜 강한가

우선 중국은 선수층이 고르다. 세계 랭킹 1-4위 까지 휩쓸 정도로 저변이 넓다. 파트너가 많다는 것도 강점이다. 상대에 따라 수많은 맞춤형 파트너를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라버 또한 특이하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라버가 있다. 기술이 뛰어나고, 박자도 빠르고, 서브도 좋다. 게다가 국가적인 철저한 관리도 따른다.

윤 코치는 “중국 탁구는 이미 프로화되어 있어서 연봉이 엄청나다. 이러다보니 선수의 인기도 높고, 두꺼운 선수층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탁구 코칭스태프로서의 부러움의 표현이다.

이순호 KISS 책임 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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