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메이저리그 영화

  • 입력 2008년 7월 14일 16시 55분


※사랑을 위하여 (For Love Of The Game)

빌리 채플은 왕년에 날리던 투수지만, 구단주에게 은퇴를 종용받게 된다. 영화는 투수의 마지막 선발 장면과 과거를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구단주와의 관계, 사랑, 재활 과정 등이 담긴다. 야구 게임과 드라마를 적절히 배합해 지루하지 않다. 보통 제작비때문에 야구 영화에 경기 장면은 많지 않은데, 이 영화는 꽤 많은 시간을 뉴욕 양키스와의 게임에 투자한다. 채플로 분한 케빈 코스트너는 고교 시절 야구 경험 때문 인지, 봐줄만한 피칭폼을 보여준다. 드라마로 제작되는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오혜성 역을 맡은 윤태영씨도 이 정도 피칭폼은 보여줬으면 한다.

압권은 돈때문에 양키스 선수가 된 자신의 옛동료를 상대하면서다. 젊은 시절 해당 선수와의 에피소드를 보여준 뒤, 자신만큼 늙어버린 친구가 타석에 들어선다. 이때 눈빛을 주고 받으며, 독백을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영화는 그렇게 게임과 과거를 오가며 영욕의 개인사를 풀어낸다. 흡사 전역을 코앞에 둔 말년병장이 진지공사에서 마지막 곡괭이질을 하며, 지난 군생활을 회고하는 듯하다. 곡괭이에는 깊은 회한이 서려가고, 앞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할 늙은 투수는 공에 혼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점점 다가간다.

※더 팬 (The Fan)

작품성 측면에서 봤을때, 야구 영화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야구 영화라기 보다는 광기어린 팬의 스토킹을 다룬 심리 스릴러 물이다. 스타 외야수로 나오는 웨슬리 스나입스(바비 레이번역)는 베리 본즈를 카피했다. 반짝이는 귀걸이, 오만한 성격, 호타 준족 시절의 몸매까지. 하지만, 왼손으로 칠 수는 없었다. 로버트 드니로(길 리나드역)는 음울한 사회부적응자이자, 무능한 가장으로 나온다. 그에게 야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었다. 그에게 왜 그리 집착했느냐 묻는 것은 잔인한 질문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경기장에서의 마지막 대결은 최고다. 대표적 스타일리스트인 이명세 감독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결투신을 보는 듯한다. 정신없는 카메라와 긴장감, 때깔나는 영상, 한스 짐머가 담당한 음악까지, 스포츠 영화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이어지는 엔딩 장면은 감독의 그를 보는 시선이 기본적으로 따뜻했음을 알게 해준다. 자이언츠의 옛 구장 3COM파크를 볼 수 있는 것도 흥미거리다.

※날 미치게 하는 남자 (Fever Pitch)

양키스팬에게는 비추다. 뒷목 부여 잡을 장면이 도처에 지뢰처럼 깔렸다. 팬덤을 다룬 영화지만, 더팬과 다르게 이 영화의 분위기는 밝다. 스토커가 아닌 유쾌한 오다쿠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역시 야구 영화라기 보다는, 야구에서 모티브를 따온 로맨틱 코미디다. 드류 베리모어는 사랑스러운 천사로 나와, 레드삭스 네이션인 지미 펠론과 연애이야기를 푼다. 극의 중심 이야기보다는, 이것저것 소소한 재미가 강한 영화다. 경기 중계에서는 볼 수 없는 각도에서 잡은 펜웨이 파크, 까메오로 출연하는 선수들, 남자 주인공집의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장실 휴지라든지... 디테일에 꽤 신경썼다.

아쉬웠던 점은 보스턴의 패배를 축으로 하고 기획한 영화라, 2004년 리버스 스윕을 너무 날림으로 다뤘다는 인상이다. 패럴리 형제라면 이 부분을 스토리의 핵으로 엮어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그린몬스터에서 뛰어내리고 바로 뜀박질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을 남긴다. 별로 안 높나?

● 내츄럴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오는 야구 영화. 명성만큼 잔뜩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팀 버튼 영화처럼 동화적이고 몽환적이다. 번개 맞은 나무로 염주를 만든다고 들었는데, 방망이도 깎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꿈의 구장

케빈 코스트너의 야구 영화. 절대적으로 배경지식을 요한다. 블랙삭스 스캔들과 조 잭슨에 대해 알아 보고 영화를 보자. 정서적 일체감도 있어야 감동을 느낄텐데, 이입이 힘들다. 분명, 감동적이야 할 장면에서 귀신들이 좀비같을 수도 있다.

● 루키

메이저리그 투수가 된 과학 교사 짐 모리스의 실화를 영화한 것이다. 다큐와 드라마 사이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라, 지루할 수도 있다. 연출력이 좀 많이 아쉬운 영화다.

● 애니 기븐 선데이

감히 최고의 스포츠 영화라 말하고 싶은 수작이다. 미식 축구 영화라 꼽사리로 한줄만 쓴다. 피를 덥힌다.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

※[관련기사]앨버트 푸홀스 롱런 가능한가?

※[관련기사]지터! 그는 추위를 타지 않는다

※[관련기사]A-ROD는 KG가 될 것인가!!

※[관련기사]야구, 야큐, 베이스볼. 그 아름다움!!

※[관련기사]히로, 휘지 않는 슬라이더!!

※[관련기사]랜디의 공이 마쓰자카보다 밋밋하다?

※[관련기사]박찬호의 서글픈 ‘한만두’

※[관련기사]이치로는 정말 선구안이 나쁠까?

※[관련기사]카브레라, 제발 제대로 좀 하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