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첼시 구단주 5000억원 베팅 vs “이대로!” 맨유 우승멤버 신뢰

  • 입력 2008년 7월 4일 09시 25분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잡고 EPL 챔피언 자리를 되찾겠다.’

첼시의 억만 장자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머릿속에는 지금 이 생각 밖에 없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첼시 역사상 최초로 챔스 리그 결승에 진출시킨 그랜트 전 감독이 느끼는 배신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만큼 아브라모비치의 우승 열망은 훨씬 더 강렬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한계가 없다고 표현되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선수 보강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미 50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스콜라리 감독에게 주고 원하는 선수들을 사오도록 했다. 5000억원이라는 돈은 웬만한 EPL 클럽 몇 개를 인수하고도 남는 엄청난 돈이다. 전 태국총리 탁신이 맨체스터 시티 지분 74.03%를 인수하고 구단주가 되는데 들인 자금이 1730억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당시 탁신이 선수 보강을 위해 추가로 내놓은 돈이 600억원 정도였고, 현재 맨유의 퍼거슨이 동원 가능한 이적료가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브라모비치의 5000억원이 얼마나 파격적인 규모인지 알 수 있다.

○ 첼시 선수보강에 무려 5000억원 베팅

그 결과 스콜라리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한 첼시 개조작업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스콜라리는 최근 포르투갈 대표팀 미드필더인 바르셀로나의 데쿠를 160억원에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첼시는 람파드, 발락, 에시앙, 존 오비 미켈, 클로드 마켈렐레에서 데쿠로 이어지는 막강 미드필드진을 완결함으로써 한층 여유를 가지고 이번 시즌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스콜라리는 이번 미드필더 보강 이전에는 수비수 보강을 마쳤는데, 역시 포르투갈 스타 출신인 풀백 조세 보싱와를 330억원에 영입하고 네덜란드 PSV에 임대 중이던 브라질 출신 센터 백 알시데스를 복귀시켰다. 스콜라리는 공격수 보강에는 브라질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윙어 겸 두 번째 스트라이커로 활약 중인 호비뉴를 낙점하고 이적을 추진 중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스콜라리가 영입하는 선수가 모두 포르투갈어를 쓰는 포르투갈과 브라질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브라질 출신인 스콜라리가 브라질의 기술 축구를 지향한다는 점 외에도 영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스콜라리의 선수보강 노력과는 별도로 아브라모비치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그가 바로 유로 2008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리버풀의 토레스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유로 2008에서 보인 토레스의 활약에 강한 인상을 받고 스탬포드 브리지에서도 스페인이 보여준 축구를 재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아브라모비치는 리버풀이 동의하기만 한다면 토레스를 위해 1700억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레알 마드리드가 맨유의 호날두를 영입하기 위해 거론되는 1657억원을 상회하는 액수이다. 비록 아스널의 골키퍼 레만이 토레스가 앙리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아브라모비치는 주급 4억원이라는 최상의 대우를 할 용의가 있을 정도로 토레스 영입에 적극적이다.

○ 제한된 자금의 맨유는 1명 정도 보강

이에 반해 디펜딩 챔피언을 이끄는 맨유의 퍼거슨은 선수영입보다는 기존 스쿼드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맨유, 첼시, 아스널, 리버풀이라는 빅4외에는 리그 우승을 위협할 만한 클럽이 없을 거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퍼거슨은 챔스 리그 우승이라는 자신감이 맨유의 젊은 선수들을 더욱 강하고 만들고, 연중 기복이 없는 경기력으로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될 거라고 자신하고 있다. 특히 퍼거슨은 안데르손, 나니, 루니, 호날두 같은 어린 선수들이 이번 시즌 맨유에 있어 톱 플레이어가 될 거라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안데르손과 나니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그들을 영입한 이유다. 장기적으로 스콜스나 긱스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라고 신뢰감을 나타낸 퍼거슨은 새로운 톱 플레이어에 대한 영입에는 제한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퍼거슨이 마음에 두고 있는 영입 대상에는 토트넘의 베르바토브, 블랙번의 산타 크루스, 러시아 대표팀의 로만 파블류첸코 정도이다. 이 중에서 퍼거슨이 적극적으로 영입하기를 원하는 1순위는 불가리아 출신인 베르바토브이다. 그러나 문제는 토트넘이 베르바토브의 이적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베르바토브의 이적료로 600억원 이상을 요구함으로써 퍼거슨을 단념시키려 하고 있으나 퍼거슨은 460억 원까지 지불할 의사를 밝히며 이적을 계속 타진하고 있다.

퍼거슨의 제한적인 지불능력을 감안할 때 그가 이미 밝힌 대로 이번 시즌에는 잘해야 한 명 정도의 선수보강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맨유에서 확정된 선수보강은 지난 시즌 장딴지와 발목부상으로 단 한 차례 교체출전 밖에 없는 게리 네빌이 복귀한다는 것이다. 백전노장 풀백 네빌의 합류는 맨유에 있어 지난 시즌 리그 최소 실점에 빛나는 수비진을 더욱 철옹성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퍼거슨은 주장 네빌은 맨유에 경험이라는 또 하나의 화살이 될 거라며 그처럼 기복이 없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합류한다는 것은 더 없이 좋은 소식이라고 반겼다.

○ 호날두 이적 여부에 따라 맨유와 첼시 희비교차

퍼거슨의 전망처럼 지난 시즌 더블이라는 영광이 기존 스쿼드 만으로도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선수보강을 하고 있는 첼시와 좋은 승부를 펼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퍼거슨이 밝힌 대로 자신의 계획 중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호날두의 이적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퍼거슨이 호날두의 이적에 관한 언급 조차 거부할 만큼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번 시즌 맨유의 성패의 관건은 그의 잔류여부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사디니아 섬에서 슈퍼모델 출신 여자친구 네레이다 갈레르도와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호날두가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따라 맨유와 첼시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요크(영국)=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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