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엄마골퍼’ 한희원 6월이 바쁜 이유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한희원(30·휠라코리아)은 6월이 그 어느 달보다 바쁘다.

자신과 프로야구 선수 출신 남편 손혁(35),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장남 대일의 생일이 몰려 있는 데다 메이저 골프대회가 2개나 열려서다.

프로골퍼와 아내, 엄마 등 ‘1인 다역’을 소화해내고 있기는 해도 뭐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기에 신경 쓸 일이 많아 몸과 마음이 부산하다.

그런 한희원을 US여자오픈 개막에 앞서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 에디나의 인터라켄CC에서 만났다.

이날은 마침 손혁의 생일이었다. “미역국이라도 먹였느냐”고 했더니 한희원은 “중요한 대회라 미안하긴 해도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래도 전날 근처 쇼핑몰에서 산 지갑에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넣어 선물했다고.

유머 감각과 성격이 좋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사이에 인기가 좋은 손혁은 “돈 많이 벌라는 의미인 것 같아 부담스럽다”며 껄껄댔다.

최근 한희원은 일시 귀국해 충남 공주시 시댁에 맡겼던 아들의 돌잔치를 열었다. 골퍼 엄마와 투수로 뛴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돌잡이’로 무엇을 잡았을까.

“야구공, 골프공, 돈 이렇게 세 가지만 돌상에 올렸는데 야구공을 집더라고요. 왼손 정통파 투수로 키우고 싶다는 아빠 마음을 알았나 봐요.”

아들과 며칠을 보내며 모처럼 우유를 주고 기저귀도 갈며 엄마 노릇을 하던 한희원은 아쉬운 작별 후 지난주 LPGA투어에 복귀해 웨그먼스대회에서 3라운드에 8언더파를 몰아치더니 시즌 최고인 공동 3위로 마쳤다. 올 시즌 그는 그린 적중률 70.2%(11위) 평균 퍼팅 수 1.77개(10위) 등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진입하며 상금 16위(38만7934달러)에 올라 있다.

만족할 만한데도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단다. 임신과 출산에 따른 공백기로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스트레스가 심했다.

한희원은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 중 유일한 ‘엄마 골퍼’.

‘아줌마 골퍼’인 줄리 잉크스터(48)는 “출산 후 2년은 지나야 스윙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한희원이 빨리 적응하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고 칭찬했다.

손혁은 “운동선수는 운동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아내 역시 즐겁게 오래 필드에 머물러 있도록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희원은 “내가 우리나라 선수 중 아이가 있는 첫 케이스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지만 골프와 집안일을 모두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디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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