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보자. 요르단전 다음날인 1일, 훈련을 마친 허 감독 주위로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11월 음주파문으로 대표팀 자격정지 1년을 받은 이운재가 필요하다는 전날 허 감독의 발언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을 듣기 위함이었다. 허 감독은 이 자리에서 “이운재의 과오는 인정하지만 지금 팀에는 수비를 리드할 수 있는 안정된 선수가 있어야 한다”며 징계경감의 필요성을 또다시 거론했다. 다음날인 2일도 마찬가지. 허 감독은 “선수들은 경쟁이 필요하다. 이운재는 경험이 많은 선배다. 이운재로 인해 현 대표팀 골키퍼들의 사기가 꺾인다기보다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며 이운재의 복귀가 선수들 간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을 내놓기까지 했다.
자신의 발언이 의도와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면 이를 분명하게 해명할 기회가 두 차례나 있었음에도 허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여론의 흐름이 비판적으로 돌아서자 출국 당일 오전에서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뒤집어버렸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수장답지 않은 경솔한 행동과 발언의 연속이었다. 그의 말들은 비수가 되어 대표선수들의 기를 꺾어놓았고, 감독의 신뢰성에 커다란 생채기를 냈다.
허 감독은 이날 인터뷰 말미에 “모든 비판은 내게 해 달라. 먼 원정길을 떠나는 선수들에게는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지난 3일간 ‘미덥지 못한 골키퍼’라는 멍에를 뒤집어 쓴 대표팀 골키퍼들의 상처는 어떤 격려와 위로로 치유될 수 있을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