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요르단과 중국의 평가전을 관전한 뒤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허 감독은 “박지성은 자신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라고 생각하는 대신, 팀에 맞춰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개인이 아닌 팀 플레이를 강조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은 경험이 많지만 이번 대표팀 엔트리에 발탁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일부일 뿐”이라며 “이름만으로는 선수들의 진짜 실력을 판단할 수 없다”고 그간 당연시 여겨져 온 ‘해외파=주전’이라는 등식에 일침을 놨다.
사실 허 감독은 3월26일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북한과 원정 경기에 박지성과 이영표(토트넘), 설기현(풀럼) 등 오랜 비행으로 인한 여독과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해외파 선수들을 총 투입했으나 0-0 무승부에 그쳐 실망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28일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훈련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전제한 허 감독은 “이미 훈련을 시작하고, 평가전을 치른 요르단 등 남들보다 뒤늦게 준비하기 때문에 소집일 오후 4시에 있을 국민은행과 30분 3쿼터 연습 경기를 통해 주전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결국 해외파든 국내파든 서로 동등한 조건에서의 경쟁을 통해 최적의 컨디션을 보이고 몸 상태가 좋아야만 중용되고 주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령탑의 굳은 의지를 에둘러 시사한 셈이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가닥이 잡힌 선수들을 집중 조련해 요르단전을 준비할 계획.
그러나 허 감독은 해외파들의 기량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지 않았다. 그는 “몇몇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으나 2군 경기 출전 등으로 꾸준히 감각을 유지했다. 시즌을 보내고 있는 국내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믿음을 보였다. 결국 실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자칫 해이해질 수도 있는 해외파들에게 ‘붙박이 주전’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허 감독은 자신이 직접 확인한 요르단의 실력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요르단은 중국과의 경기에서 0-2로 졌지만 그는 “시차와 환경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고, 심판 어드밴티지가 적용된 것도 없지 않았다”며 “스리백 수비를 우선 탄탄히 하고 역습을 추구하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