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아시아 1호 지성이 해낸다

  • 입력 2008년 5월 1일 08시 12분


‘꿈의 무대가 현실로….’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드디어 ‘4강 징크스’를 넘어섰다. 박지성은 30일 오전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맨유는 1차전 원정에서 0-0으로 비긴데 이어 이날 승리로 1999년 이후 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맨유는 첼시-리버풀의 4강전 승자와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단판으로 우승컵을 다툰다.

박지성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만일 결승전에 출장하게 되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가 된다. 이란의 공격수 알리 다에이가 1999년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적이 있으나 그라운드는 밟지 못했다.

○팀 결승행 구심점

맨유의 결승 진출 이상으로 박지성이 팀 승리의 주역으로 자리잡은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박지성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내내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공수에 걸쳐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박지성은 맨유 이적 첫 해였던 2005∼2006 시즌에는 본선 조별리그 6경기 중 5경기에 후반 교체 출전한 것이 고작이었다. 더구나 비야레알, 벤피카, 릴과 한 조에 속한 맨유는 최하위로 16강 토너먼트에도 오르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06∼2007 시즌 본선 조별리그에 왼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했던 박지성은 토너먼트 4강에서는 다시 무릎 부상으로 팀이 AC 밀란에 패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명 달랐다. 박지성은 루니의 결승골을 도왔던 AS 로마와의 8강 1차전 포함 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더 이상 ‘꿈의 무대’가 ‘남의 잔치’가 아님을 증명해보였다.

○“더 이상 반쪽 선수는 없다”

긱스-나니-지성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 시스템의 ‘꼬리’에서 ‘머리’로 올라섰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박지성이 맨유 진출 후 풀타임을 뛴 경기를 살펴보면 주로 리그 중하위권 팀들이 대부분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중요한 고비 때 경기 일정이 빡빡하면 박지성을 활용해 긱스 등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하지만 올시즌 후반 들어 전세가 역전됐다. 퍼거슨 감독은 체력에 뚜렷한 한계를 느끼고 있는 긱스와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나니 대신 박지성을 선발로 낙점한 것이다.

○인색했던 지역 언론도 극찬

그동안 박지성에게 인색한 평가를 내렸던 지역 언론도 칭찬 릴레이에 동참했다.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바르셀로나와의 경기 후 박지성에게 골을 넣은 스콜스(평점 7)보다 높은 최고 평점 9점을 줬다. 이 신문은 ‘박지성이 상식을 넘어서는 체력을 선보였다. 단지 열심히 뛰는 것 이상이었다. 전반에는 골을 넣을 뻔했고, 나니가 반드시 성공시켰어야 할 빛나는 크로스를 연결했다’고 평했다. 사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박지성을 혹평했던 대표적인 언론. 지난 시즌 후 맨유 각 선수들에 대한 평점을 매기며 14경기에서 5골 2도움을 올린 박지성에게 최하위 수준인 평점 5를 부여했던 신문이다.

한편,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전을 마친 후 “남은 정규리그 2경기에서도 모두 이길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역시 가능하다”며 ‘더블’(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우승)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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