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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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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감독, 영원한 라이벌 김호철 감독 울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신치용(53) 삼성화재 감독은 동갑내기 라이벌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을 찾아가 꼭 껴안았다.
김 감독은 친구이면서도 언제나 넘어야 할 ‘벽’이었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 늘 김 감독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신 감독도 잘나갔지만 ‘컴퓨터 세터’ 김 감독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다. 지도자로선 신 감독이 먼저 꽃을 피웠다. 김 감독이 이탈리아에 진출해 그곳에서 선수생활과 지도자생활을 하는 사이 삼성화재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해 겨울리그를 휩쓸었다.
하지만 2003년 말 김 감독이 현대의 사령탑으로 복귀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컴퓨터 사령탑’ 김 감독은 배구 팬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신 감독은 2004년 겨울리그와 2005년 프로 원년 우승을 일구며 겨울리그 9연패로 자존심을 지켰지만 김 감독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김 감독은 2006년 V리그에서 삼성화재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며 우승했고 2006∼2007시즌 2연패를 이루며 삼성화재의 독주 체제를 완전히 깼다.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을 3-1(25-21, 25-20, 18-25, 25-19)로 제압하고 3승 무패로 우승한 의미는 신 감독에게 남다르다. 신 감독이 ‘영원한 라이벌’ 김 감독으로부터 자존심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이 3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아 오며 겨울리그 통산 ‘V10(10회 우승)’을 달성한 배경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얼굴 표정이 변하지 않는 신 감독은 ‘얼음 사나이’로 불리지만 가슴은 언제나 따뜻했다. 그는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최우선으로 한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조직력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하면서도 늘 선수들을 신뢰했다. 선수들도 이 점을 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세터 최태웅, 센터 신선호, 석진욱 등이 신 감독을 얼싸안고 기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인 선수 안젤코 추크를 영입해 국내파와 하나로 융화시킨 것도 신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로 꼽힌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