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허용한 北 “태극기는 안돼” 끝내 고집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2분


■ 월드컵 예선 상하이개최

정치적 이념에 순수한 스포츠 정신 ‘얼룩’

인조잔디 - 열광적 응원 피해 우리측 유리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평양에서 열려야 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남북대결이 결국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게 됐다. 이는 북한이 축구를 순수한 스포츠가 아닌 정치적인 파워 게임의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사상 첫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 때 성조기와 미국 국가를 쓰도록 허용하며 적국인 미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한민족을 강조하던 한국에는 “공화국 사상 유례가 없다”는 이유로 태극기와 애국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10만 명을 수용하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압도적인 응원을 업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이점까지 포기했다. 한국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이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와 북한의 낯선 환경보다는 제3국이 좋다”고 했듯 상하이는 경기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더 유리하다. 북한은 경기에 져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이번에 분명히 재확인시켰다.

대한축구협회와 FIFA는 이런 북한의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축구 논리로 풀려고 노력했지만 북한이 끝까지 고집을 피워 제3국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행태로 볼 때 강압적이거나 제재를 하기보다는 국제무대로 자주 나오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이다. 상하이는 한국과 북한이 모두 만족할 만한 장소”라는 게 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한편 유영철 축구협회 홍보국장은 “평양 개최가 성사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제3국이지만 FIFA 규정에 따라 국기와 국가 문제가 해결된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남은 시간 잘 준비해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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