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제5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 춘천시 의암빙상장.
빙상 남자 500m 경기에서 오른팔이 없는 한 선수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연거푸 넘어졌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상황. 심판은 재촉하지 않고 큰 소리로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심판은 낯익은 인물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2위로 한국에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안겼고 1995년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윤만(35·고려대 강사) 씨다. 김 씨는 “정말 힘들었겠지만 끝까지 해내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가 장애인 빙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누나 김윤경(37) 씨 덕분이다. 누나 김 씨는 지적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동천학교 교사다.
김윤만 씨는 누나의 권유로 10년 전 고려대에서 장애인 빙상대회가 열렸을 때 한 달 넘게 자원봉사를 하며 장애인들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쳤다. 당시 전이경 채지훈 등 빙상 스타들도 김 씨를 도왔다. 그 후 대표팀 코치 활동과 미국 연수 등의 바쁜 일정 때문에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다 이번 대회에 심판을 자청했다.
“그때만 해도 웬만한 링크에서는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스케이트 타는 것을 꺼렸어요.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다’며 기뻐하시던 부모님들이 눈에 선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 빙상대회에 심판 혹은 자원봉사자로 나설 생각이다.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는 장애인들이 많아요. 그런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되레 감사해야죠.”
춘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