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 빙상스타 김윤만의 ‘사랑 나눔’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조심해요.” 빙상스타 출신인 심판 김윤만 씨(오른쪽)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 한 장애인 선수를 다른 심판과 함께 부축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조심해요.” 빙상스타 출신인 심판 김윤만 씨(오른쪽)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 한 장애인 선수를 다른 심판과 함께 부축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조금 더 힘내세요.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20일 오전 제5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 춘천시 의암빙상장.

빙상 남자 500m 경기에서 오른팔이 없는 한 선수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연거푸 넘어졌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상황. 심판은 재촉하지 않고 큰 소리로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심판은 낯익은 인물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2위로 한국에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안겼고 1995년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윤만(35·고려대 강사) 씨다. 김 씨는 “정말 힘들었겠지만 끝까지 해내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가 장애인 빙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누나 김윤경(37) 씨 덕분이다. 누나 김 씨는 지적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인 동천학교 교사다.

김윤만 씨는 누나의 권유로 10년 전 고려대에서 장애인 빙상대회가 열렸을 때 한 달 넘게 자원봉사를 하며 장애인들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쳤다. 당시 전이경 채지훈 등 빙상 스타들도 김 씨를 도왔다. 그 후 대표팀 코치 활동과 미국 연수 등의 바쁜 일정 때문에 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다 이번 대회에 심판을 자청했다.

“그때만 해도 웬만한 링크에서는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스케이트 타는 것을 꺼렸어요.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다’며 기뻐하시던 부모님들이 눈에 선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 빙상대회에 심판 혹은 자원봉사자로 나설 생각이다.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는 장애인들이 많아요. 그런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되레 감사해야죠.”

춘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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