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되찾았지만 실리는 잃은 김경문호

  • 입력 2007년 12월 3일 00시 07분


코멘트
"확실한 선발 한 명만 있었더라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2일 열린 일본과의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및 제 24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부실한 마운드에도 불구하고 프로선수들 위주의 올스타 팀을 구성해 나온 일본과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결과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의 1차 목표는 '대만은 꼭 잡자'는 것이었다. 지난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혀 자존심을 구긴 한국은 이번만은 질 수 없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대회 전부터 대표팀의 김경문 감독이나 선동렬 코치도 한 목소리로 "대만전에 패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일본전은 그 다음"이라며 첫 대만전만을 중요시하는 인상을 풍겼다.

실제로 김경문 감독은 대만과의 첫 시합에서 팀 내 가장 구위가 좋다는 류현진과 박찬호를 모두 투입해 '대만전 올인' 의사를 사실로 확인시켰다. 대만을 이기는 것이 이번대회의 1차적 목표가 아닌 전부라는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대만을 잡기 위해 확실한 두 장의 선발 카드를 모두 소진한 대표팀은 대만보다 한 수 위인 일본전에서는 배테랑 좌완 전병호를 투입해야 했다.

그러나 기교파로 분류되는 전병호는 구위면에서 류현진이나 박찬호에 비해 못미더운 것이 사실. 김경문 감독은 전병호에게 2~3이닝을 책임지게 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투수를 활용하는 '물량공세' 전략을 내세웠지만 볼배합이 노출될 경우 난타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전병호에게 초반을 맡긴다는 것은 보통 배짱은 아니었다.

실제로 대표팀 내부에서도 일본을 이기는 것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듯 했다. 대표팀의 윤동균 기술위원장은 일본과의 경기가 열리기 전, 기자에게 "솔직히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투수들이 잘 막아 준다면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현격한 전력차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윤 위원장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울러 그는 "현재로서는 올림픽 본선행 추가 티켓을 딸 수 있는 내년 3월 2차 플레이오프를 생각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결국 대표팀은 일본에 패해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획득하는 목표는 사실상 좌절됐다. 단 한국이 남은 필리핀전을 이기고 일본이 대만에 질 경우, 3팀이 동률이 되어 이닝당 최소실점을 따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한국의 희망사항이다.

일본에 1점차로 석패한 결과를 놓고 보니 투수 자원의 분배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으로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대만(타이중)=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화보]한국야구, 4시간 10분 접전끝 일본에 3-4 분패
[화보]이종욱, 역전 쓰리런…한국, 대만전 5-2 승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