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마사토전 승리 200% 확신한다”

  • 입력 2007년 11월 22일 1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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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격투기 선수들에게는 자신만의 캐릭터와 기믹이 있다. 표도르에게는 특유의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이 있고 크로캅에게는 ‘불꽃 하이킥’이 있다.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 최용수(35. 티엔터테인먼트)에게 “스스로 어떤 캐릭터를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이 재미있었다. “저요? 조용한 게 제 캐릭터죠.” 그의 말처럼 최용수는 말수가 적고 차분했다. 그러나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일종의 강한 기(氣)가 느껴진다. 백 마디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링 위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의지가 입이 아닌 표정에서 읽힐 정도다.

12월 31일 열리는 에서 최용수는 K-1 MAX의 에이스인 마사토(28.일본)와 맞붙게 된다. 당초 둘의 대전은 지난해 다이너마이트에서 예정되어 있었으나 최용수의 부상으로 무산된 바 있다.

“상대가 마사토라서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동안 싸워온 선수들에 비해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는 정도죠.”

무심한 표정으로 말하는 최용수에게 마사토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마사토가 누구인가? 그는 타고난 타격 센스와 스피드, 감각적인 펀치로 MAX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지난 에서 디팬딩 챔피언인 쁘아카오 포. 프라묵(25. 태국)을 완전히 압도해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최고를 꺾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무서운 상승세의 마사토다.

최용수도 마사토의 실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 넘쳤다. “저 보다 한 수 위죠. 경험도 많고 킥 공격도 잘하고...그래도 저의 승리를 200% 확신합니다.” 한 수 위의 상대에게 200% 승리를 확신한다는 것이 어쩌면 모순일 수도 있겠지만 최용수는 “객관적으로는 뒤져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WBA 슈퍼패더급 챔피언으로 7차방어까지 성공했던 최용수는 펀치 기술에 있어서는 마사토에 전혀 뒤질게 없다. K-1 진출 후 지금까지 싸운 3번의 매치에서도 최용수는 타격의 95% 이상을 펀치만 사용했다. 복싱 계를 평정했던 그의 펀치가 K-1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맞붙는 마사토는 지금까지 최용수가 싸워 온 상대와 급이 다르다. 그러나 최용수의 펀치 위주의 전략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최용수는 아직까지 킥 사용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 최용수는 “킥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제 특기를 충분히 활용하고 킥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라고 말했다. 팔, 다리를 모두 사용하는 이종격투기에서 킥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최용수는 펀치에 대한 자신이 있기에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관장님(박현성 관장)과 함께 마사토의 약점을 분석했습니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습니다. ” 기자가 최용수와의 인터뷰를 위해 21C 체육관을 찾았을 때 최용수는 몸에 끈을 묶고 스파링을 하는 독특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또한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텝을 집중적으로 연마 중이었다. 마사토를 상대하기 위한 맞춤형 훈련으로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번 마사토와의 시합은 최용수에게 더 없이 중요한 일전이다. 뒤늦게 뛰어든 그의 격투기 인생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가 마사토에게 승리를 거두거나 최소한 대등한 시합을 펼칠 수 있다면 그는 명실상부한 MAX의 메이저 파이터 중 한 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향후에도 MAX 강자들과의 매치업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현격한 실력차로 무릎을 꿇는다면 그는 처음부터 다시 정상 도전에 나서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메이저 파이터 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K-1 진출을 선언한지 2년이 가까워 오고 있는 지금. 최용수는 K-1에 온 것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당연히 후회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지만 의외의 답이 나왔다. “후회 보다는 많이 힘들죠. 예전 복싱할 때는 그래도 젊었는데 지금은 나이도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더라구요.” 최용수의 말은 이어졌다. “격투기 전향을 노리는 복싱 후배들에게도 지금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으니 복싱으로 꿈을 이룬 후에 격투기로 전향해도 늦지 않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최용수는 거창한 목표를 말하지 않았다. 닮고 싶은 선수도, 특별히 싸우고 싶은 선수도 없다고 했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만을 보였다.

“언제까지 격투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하는 데까지 할 뿐이죠. 이번 마사토전도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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