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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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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수년 전 한 대기업 광고에 등장했던 이 말은 ‘최고의 카피’라는 찬사와 함께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한다는 비판도 들었다. 하지만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 말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누구보다 ‘2등의 심정’을 잘 아는 이는 삼성 심정수다.
1994년 OB(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심정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포 중 한 명으로 연봉 7억5000만 원을 받는 최고 몸값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심정수는 슬러거의 상징인 홈런과 타점에서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지난해까지 13시즌을 뛴 심정수가 타격 8개 부문 가운데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2003년 장타율과 출루율뿐이다.
2002, 2003년은 심정수의 전성기였다. 홈런은 각각 46, 53개를 때렸고 타점도 119, 142개를 기록했다. 웬만한 시즌이라면 타이틀을 차지하고도 남을 만한 성적. 그러나 심정수는 2년 연속 홈런, 타점 2위에 그쳤다. 1위는 이승엽(요미우리)의 차지였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50홈런을 치고도 선두에 오르지 못한 것은 심정수가 유일하다.
그런 심정수가 생애 처음으로 홈런(31개)과 타점(101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1등으로 기억되게 됐다.
| 2007프로야구 개인 타이틀 예상 수상자 (기록은 7일 현재) | ||
| 투타 | 부문 | 수상자 |
| 투수 | 다승 | 리오스(두산·22승) |
| 평균자책 | 리오스(두산·2.07) | |
| 탈삼진 | 류현진(한화·178개) | |
| 승률 | 리오스(두산·0.815) | |
| 세이브 | 오승환(삼성·40세이브) | |
| 홀드 | 류택현(LG·23개) | |
| 타자 | 타율 | 이현곤(KIA·0.338) |
| 홈런 | 심정수(삼성·31개) | |
| 타점 | 심정수(삼성·101개) | |
| 득점 | 고영민(두산·89개) | |
| 최다안타 | 이현곤(KIA·153개) | |
| 도루 | 이대형(LG·53개) | |
| 장타율 | 이대호(롯데·0.600) | |
| 출루율 | 김동주(두산·0.457) | |
개인 타이틀 경쟁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타율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KIA 이현곤이 0.338(7일 현재)로 0.337의 삼성 양준혁을 제쳤다. 최다안타(153개)를 확정한 이현곤은 남은 1경기에서 1타수 무안타에 그치더라도 타율 0.338을 유지하면서 전 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한다. 2002년 데뷔한 두산 고영민은 득점왕(89개)에 올랐다. 고영민이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180경기에서 얻은 득점은 43개였다.
지난해 다승, 평균자책, 탈삼진 3관왕에 올랐던 한화 류현진은 2년 연속 ‘닥터 K’를 지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타율, 타점, 홈런, 장타율 4관왕이었던 롯데 이대호는 장타율(0.600) 타이틀만 지켰다. 투수 부문에서는 두산 다니엘 리오스가 다승(22승), 평균자책(2.07), 승률(0.815) 3관왕을 차지했다.
한편 7일 광주에서 열린 KIA-한화의 정규리그 최종전은 1회 내린 폭우로 취소됐다. 한국야구위원회는 한화가 9일부터 삼성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기 때문에 이 경기를 포스트시즌 개막 이후로 미뤘다. 한화가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면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 정규리그 최종전이 열린다. 정규리그 경기가 포스트시즌 개막 이후 열리는 것은 프로 원년인 1982년 4경기가 열린 이후 25년 만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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