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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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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인 15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인근 도로. 오인환(48) 삼성전자육상단 감독은 차를 타고 이봉주(37)의 뒤를 따라가며 줄곧 “천천히 뛰어”라고 외쳤다.
1000m 인터벌트레이닝(일정 거리를 전력질주하고 잠깐 조깅한 뒤 다시 전력질주하는 훈련) 8회를 3분 5초 페이스로 뛰라고 했는데 2분 56초∼2분 58초 페이스로 뛰었기 때문. 오 감독은 “강훈련으로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 천천히 뛰라고 했는데 너무 빨리 달리네, 참”이라고 하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만큼 요즘 이봉주의 컨디션이 좋다. ‘제2의 전성기’라고 부를 정도다.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이봉주는 “올림픽 금메달은 모두의 꿈이잖아요. 저도 늘 그 꿈을 꿨는데 기회가 왔으니 다시 한 번 도전해야죠”라고 말했다.
이봉주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때 조시아 투과니(남아공)에게 불과 3초 차로 뒤져 은메달에 머문 한이 있다. 2000년 시드니에서는 레이스 도중 넘어져 24위, 2004년 아테네에서는 무더위 속에서 14위에 머물렀다. 내년까지 올림픽 4회 연속 출전이라는 마라톤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도전을 감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배들이 빨리 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한국 마라톤을 위해선 저라도 뛰어야죠. 사실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어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그는 동아마라톤과 보스턴마라톤 등 10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미련이 강하게 남아 있다.
아직은 이봉주를 능가하는 국내 선수가 없다. 3월 열린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30m 뒤지다 막판 역전 우승한 기록 2시간 8분 04초는 올 시즌 세계랭킹 11위에 해당된다. 국내 현역선수 중 최근 몇 년간 2시간 8분대를 뛴 선수는 이봉주가 유일하다. 올림픽 육상에는 종목별로 최다 3명이 나갈 수 있는데 대한육상경기연맹 대표 선발 기준이 대회 1년 6개월 전 기록부터 인정할 것으로 보여 이봉주는 사실상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놓은 상태다.
이봉주는 1년 뒤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 출발 시간인 8월 24일 오전 7시 30분에 맞춰 베이징의 고온다습한 날씨를 체험하고 표고차(오르막 내리막) 등 코스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20일 베이징으로 떠난다. 매일 10km씩 올림픽 코스를 대부분 뛰어 보고 올 예정. 이봉주는 올가을에 한 대회, 그리고 내년 3월 2008 서울국제마라톤에 출전해 페이스를 최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평창=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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