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깨지고… 무릎 꿇은 한국 축구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한국의 마지막 키커 김정우(나고야)의 슛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순간 이라크 선수들은 경기장에 드러누워 얼굴을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힘없이 응원단 쪽에 인사를 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승부차기 승리로 아시안컵 준결승에 진출했던 한국이 승부차기 패배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47년 만의 우승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 준결승에서 이라크와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28일 오후 9시 35분(한국 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일본과 3, 4위전을 치르게 됐다. 일본은 준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2-3으로 패했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치르며 극심한 체력 소모를 했던 한국으로서는 두 경기 연속 연장전을 한 것이 불운이었다. 선수들의 집중력은 떨어졌고 아찔한 위기가 많았다. 부족한 골 결정력은 결국 패배를 불렀다. 한국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3골밖에 넣지 못하는 빈곤한 득점력을 보였다.

한국의 핌 베어벡 감독은 이날 이천수(울산 현대)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켰다. 지난달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이천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시켜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조재진(시미즈)이 중앙공격수로 나섰고 염기훈(전북 현대)과 최성국(성남 일화)이 측면 공격을 맡았다.

그러나 한국은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체력전을 벌였던 탓인지 이날 기동성이 좋지 못했다. 비가 내리는 운동장에서 선수들은 자주 미끄러졌고 스피드를 내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전 후반 이라크에 위협적인 문전 슛을 잇달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베어벡 감독은 결국 예전처럼 미드필더 김정우를 투입하며 이천수를 측면 공격으로 돌렸다. 한국은 후반 41분 최성국 대신 이동국(미들즈브러)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베어벡 감독은 중앙공격수 조재진과 이동국을 그동안 번갈아 기용해 왔으나 동시에 기용하며 총력전을 펼쳐 연장전까지 가기 전에 승부를 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염기훈과 김정우가 실축을 해 결국 4강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이날 거취에 대해 질문을 받은 베어벡 감독은 “마음속으로 결정은 내렸지만 지금 말하지는 않겠다. 우승이라는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해 나 자신도 실망이 크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고 두 경기 연속 120분간 사투를 벌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한국 팬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4강에 진출한 점을 인정해 달라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단조로운 전술로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한 점은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알라룸푸르=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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