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대신 “소치” 일순간 정적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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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8시 22분(한국 시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소치가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발표를 하자 과테말라시티 인터콘티넨털호텔 로블홀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평창 유치 대표단은 한동안 말을 잊은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같은 시간 유치단 본단이 묵는 홀리데이인호텔 3층 종합상황실과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모임), 현지 교포들이 모여 있는 로비도 정적에 휩싸였다.

이들이 동시에 눈물을 펑펑 터뜨리기까지는 몇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억겁같이 느껴진 힘겨운 시간. 그만큼 평창이 이번에도 유치에 실패하리라고 생각한 한국인은 없었다.

사나이는 일생에 세 번 운다고 했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조국이 망했을 때. 이 말은 적어도 과테말라에선 틀린 말이 됐다.

한승수 평창 유치위원장과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김진선 강원지사를 비롯한 과테말라시티 현지의 한국인들은 흐르는 눈물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었다. 한국인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울고 있었고, 그저 눈에 띄는 대로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면 되는 카타르시스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눈물은 다가올 기쁨과 환희를 예고하는 전령. 연방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여기저기서 ‘예스 평창’이 연호됐고 유치 대표단이 홀리데이인호텔로 돌아오는 길목에선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눈물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강원도에서 정년퇴직을 한 뒤 환갑을 넘은 나이에 다시 돌아와 평창 유치단의 안살림을 도맡아 해 온 방재흥 사무총장은 “내일 비행기는 예정대로 간다”고 말해 침울하기만 했던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귀국길에 오르는 유치단은 6일 오후 10시 45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세버스를 타고 곧바로 강원 춘천으로 내려가 10월 초까지 유치위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과테말라시티=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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