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커, 42번째 도전끝 US오픈서 감격의 눈물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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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한국과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을까.

미국의 ‘미녀 골퍼’ 크리스티 커(30·사진).

그는 2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서던파인스의 파인니들스GC(파71)에서 끝난 제62회 US여자오픈에서 합계 5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199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 후 255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메이저대회만 따지면 42번째 도전 끝에 첫 승.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56만 달러(약 5억1500만 원). 커는 1996년 같은 코스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베스트 아마추어로 선정된 기억을 살리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날 최종 성적표에서 공동 10위 이내에 든 13명의 선수 가운데 무려 8명이 한국인 또는 한국계였다.

거센 ‘코리안 돌풍’을 잠재우며 정상에 우뚝 선 커는 18번 홀에서 챔피언 파 퍼트를 넣은 뒤 무릎을 꿇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가 통산 10승을 올린 대회에서 5개 대회의 준우승자가 한국 선수였을 만큼 그는 ‘코리안 킬러’였다.

커는 5월 경주 디아너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당시 준우승)에 출전했을 때 프로숍에서 구입한 핑 퍼터로 승리의 원동력을 삼았다. “한국 대회 때 4, 5개의 퍼터를 써 본 뒤 가장 느낌이 좋은 걸 골랐다”는 게 그의 얘기.

커는 이번 대회에서 홀당 평균 1.57개의 정교한 퍼트 감각을 앞세워 스코어를 줄여 나갔고 이날도 14번 홀에서 5.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선두로 내달렸다.

8세 때 골프를 시작해 12세 때 핸디캡 2가 된 커는 주니어 시절 유망주로 이름을 날린 뒤 1997년 LPGA투어에 데뷔했으나 상금 112위에 처져 시드를 놓쳤다. 그해 퀄리파잉스쿨에서 박세리와 공동 수석을 차지해 다시 출전권을 확보했다.

최근 한 골프 사이트에 ‘섹시 골퍼’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외모를 지녔으나 프로 초창기에는 162cm의 키에 체중이 90kg에 이를 만큼 비만형에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였다. 몸이 무거워 잦은 허리 부상에 시달리게 되자 혹독한 다이어트에 들어가 체중을 30kg 가까이 감량한 끝에 2002년 136개 대회 만에 첫 승을 거뒀다. 브라질 교포 출신 안젤라 박(19)과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공동 2위(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메이저 첫 승에 목마른 오초아는 17번 홀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5번 우드로 무리하게 세컨드 샷을 하다 70야드를 보내는 데 그쳐 보기를 기록하며 자멸했다.

박세리는 3타를 줄이는 뒷심으로 박인비(19)와 공동 4위(2언더파)로 선전했고, 기대를 모았던 ‘국내 최강’ 신지애(하이마트)는 3타를 잃어 6위(이븐파)에 머물렀지만 당초 자신의 목표였던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공동 15위) 때의 성적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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