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모셔라” 애타는 대학들

  • 입력 2007년 6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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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으로 갈까?’ ‘수영신동’ 박태환(18·경기고 3년)이 여느 고3 수험생들과는 달리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국내 유수의 대학들에서 ‘월드스타’인 그를 동문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체육특기자를 수시 2학기 모집에서 선발한다. 2008학년도 수시 2학기 원서접수 기간은 9월 초. 하지만 박태환에게 대학을 선택할 시간은 많지 않다. 그는 8월 일본 지바에서 열리는 프레올림픽대회 출전을 앞두고 7월 첫 주에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대회가 끝나는 8월 24일 이후에나 귀국할 예정이다. 그래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인 이달 진학할 대학을 확정할 생각이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56) 씨는 15일 “그동안 참 많은 대학에서 연락을 주셨다. 일일이 만나 보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몇 군데 학교 관계자하고만 상의를 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대학은 고려대 단국대 서울대 연세대 한국체대 등.

박 씨는 “요즘 태환이가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이 채 안 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진로 결정을 놓고 무척 고민하고 있어 안쓰럽다”며 “이달 마지막 주에 그동안 대학 관계자들이 제시한 조건을 태환이에게 설명해 주고 본인이 최종 선택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의 장래 희망은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난 뒤 공부를 계속해 대학교수가 되는 것.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대학들은 박태환에게 대학원 진학 보장을 내걸었다. 일부 대학은 재단 관계자까지 나서 해외 유학과 교수직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고 동문은 물론이고 박태환과 태릉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수영 국가대표 출신 소속 선수, 대학 체육위원회 등이 나서서 전방위로 영입 작전을 펼치고 있는 까닭에 박 씨는 “요즘 전화받는 것조차 두렵다”고 밝혔다.

과연 박태환의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었을까?

“서울대는 좀 그렇지?” 박태환이 최근 아버지에게 넌지시 건넨 말이다. 수영 국가대표 출신 류윤지 남유선 차해리가 재학 중인 서울대는 학사 관리가 엄격해 선수들이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가 시험기간과 겹칠 때 고생하는 것을 목격하고 내린 잠정 결론이다.

박태환이 이 같은 이유로 지원을 주저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경기고 출신 서울대 동문들은 사범대(체육교육과) 관계자에게 박태환이 만일 입학한다면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배려해 줄 것을 부탁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박태환 측에 전달했다.

‘원조 물개’ 조오련(55) 씨를 배출한 고려대는 체육위원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동문들이 앞장서 훈련비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인상을 받았다”고 박 씨는 말했다.

연세대는 박태환이 중학시절부터 친누나처럼 따른 수영 국가대표 선배 심민지(25)가 앞장서 입학을 설득 중이다.

단국대는 올 1월부터 박태환의 개인 코치로 손발을 맞춰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만들어 낸 박석기(55) 씨와 현재 학교 강의도 맡고 있는 체력 트레이너 김기홍(36) 씨가 동문이라는 점을 들어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고, 한국체대는 ‘엘리트 체육의 요람’으로 운동하는 데 최적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박 씨는 “부모로서는 학교 명성보다 장래를 좀 더 보장하는 쪽이 좋지만 강요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박 씨는 14일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인 ‘TEAM GMP(Gold Medal Project)’를 설립했다.

박 씨는 “스피도, SK텔레콤과 후원 계약을 했고 CF 광고도 예정돼 있는데 세금 납부 등 각종 문제를 원만하게 풀기 위해 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세무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회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1월 스피도와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최대 30억 원의 스폰서 계약을 했고 지난달에는 SK텔레콤과 계약기간 2년에 연간 3억 원의 후원 계약을 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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