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킷, 화이팅”… 31일 1500m 예선 참가여부 불투명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해킷이 해 줘야 하는데. 이거 참 도움이 안 되네.”

30일 호주 멜버른 인근 소도시 호손의 야외 수영장. 박석기 코치는 31일(예선)과 4월 1일(결선) 열리는 자유형 남자 1500m에 대비해 막바지 훈련 중인 박태환(18·경기고)을 지켜보면서 걱정스럽다는 듯이 혼잣말을 되풀이했다.

25일 400m에 이어 1500m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노리는 박태환은 31일 예선 5조에서 그랜트 해킷(27·호주·사진)과 함께 뛴다. 박태환은 4레인, 해킷은 5레인을 배정받았다.

2001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4분 34초 56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 해킷은 1998년 퍼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4번의 세계선수권과 2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한 수영 장거리의 지존.

그러나 해킷은 25일 400m에서 박태환에 밀려 3위에 그쳤고 28일에는 자신이 세계 기록을 보유한 800m에서 7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2005년 11월 오른 어깨 수술 이후 훈련 부족으로 하향세가 뚜렷한 것.

해킷의 부진은 박태환에겐 득보다는 실이 될 여지가 많다. ‘수영의 마라톤’인 자유형 1500m는 체력 소모가 심해 페이스를 유지하기 가장 어려운 종목. 10년 가까이 세계를 제패한 노장 해킷이 정상 컨디션이라면 세계 3위 박태환은 그저 해킷을 따라가기만 해도 결선에서 좋은 레인을 배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킷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그가 출전한다 해도 그를 목표로 삼기는 어렵게 됐다.

29일까지만 해도 1500m를 반드시 뛴다고 장담하던 해킷은 30일 대회조직위와의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예선 당일(31일) 아침에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해킷이 예선에 불참하면 14분 55초 03의 아시아 기록 보유자인 박태환은 15분 01초 82의 기록으로 올라온 3번 레인 니콜라 로스투셰르(26·프랑스)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페이스를 잃을 수도 있다.

멜버른=전 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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