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14.598m ‘빙속 제왕’…이강석 500m 세계신기록 우승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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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출전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월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이강석(22·의정부시청)은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를 펼쳐 보였다. 노트북의 바탕 화면에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 세계 1인자 가토 조지(일본)의 레이스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강석은 2005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에서 34초 58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우승은 34초 30의 세계 신기록을 세운 가토가 차지했다. 이강석은 “노트북을 펼칠 때마다 가토의 사진을 보며 언젠가는 그를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 2개월 후. 이강석은 ‘한국의 단거리 에이스’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됐다.

이강석은 10일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2007년 세계스피드스케이팅종별선수권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가토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기록을 0.05초 앞당긴 34초 25의 새로운 세계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었다. 이강석은 1, 2차 합계에서도 68초 69로 일본의 시미즈 히로야스가 갖고 있던 세계 기록(68초 96)을 깼다.

이강석은 “기쁘다. 국내 선수 가운데 이 대회 우승은 내가 처음이라고 들었다. 시상식 후 외국 기자들에게 ‘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라고 말해 줬다. 가토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모두 따돌리고 우승해 더 기쁘다”고 말했다. 가토는 이 종목에서 6위에 머물렀다.

이강석은 늦깎이 스타다. 7세 때 스케이트화를 처음 신었지만 2003년 한국체육대에 입학할 때까지는 유망주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10대 후반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보인 것에 비하면 이강석은 20세인 2005년 말에야 국가대표가 됐다.

‘원석’을 ‘다이아몬드’로 다듬은 것은 한국체육대 전명규 감독이었다. ‘한국 쇼트트랙의 대부’인 전 감독은 스피드스케이팅이 아닌 쇼트트랙을 그에게 가르쳤다. 타고난 순발력으로 스타트는 뛰어나지만 코너를 도는 기술이 부족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몸을 옆으로 눕히다시피 하는 쇼트트랙의 코너링 동작을 익히면서 그의 기량은 나날이 좋아졌다.

이강석은 2004년 초 캐나다 캘거리오픈을 앞두고 일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또 한번 도약했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500m 은메달리스트인 구로이와 도시유키에게 한 수 지도를 받았던 그는 “단거리에선 세계 정상인 일본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됐다. 저들처럼 달리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솟구쳤다”고 말했다.

이강석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금메달에 도전하겠다. 34초 10대의 기록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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