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라는 펜싱 선수치고는 키가 작은 편이다. 신상 기록에는 163cm로 되어 있지만 “162.75cm 정도 될 거예요”라며 웃는다.
그는 대개 자기보다 키 큰 선수들과 상대한다. 키가 작으니 팔이 짧고, 팔이 짧으면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날 개인 에페 결승에서 만난 중국의 중웨이핑(172cm)과 펜싱 코트(피스트) 위에 섰을 때 그는 더욱 작아 보였다. 그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발 찌르기다.
이날 승부도 바로 발 찌르기에서 갈렸다. 3라운드 종반 스코어는 12-12. 경기 종료 1분 18초를 앞두고 밑을 파고든 박세라는 중웨이핑의 발을 찌르며 승기를 잡았다. 결국 15-13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윤남진 여자 에페 코치는 “세라의 발 찌르기가 통하는 날은 90% 이상 이긴다고 보면 된다. 오늘도 발 찌르기가 통하는 것을 보고 금메달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박세라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올 초 골반이 아파 한 달 이상 운동을 쉬었고, 대회 전날까지 감기몸살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는 항상 밝은 표정이다. “제가 원래 몸이 약했거든요. 그래서 아빠가 ‘힘이 세져라’는 뜻으로 이름도 세라라고 지었대요. 어제까진 골반도 아프고 귀도 잘 안 들렸는데 오늘은 하나도 안 아팠어요”라며 웃는다. 주변을 편안하게 해 주는 성격 때문에 그는 팀 내의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넓은 이마 때문에 요즘엔 ‘마빡이’로도 불린다.
기대치 않았던 박세라의 금메달로 펜싱 대표팀 전체의 분위기가 ‘명랑’해졌다.
도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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