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왕자들 “승마는 우리 잔치”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1일 오후 7시(한국 시간 2일 오전 1시)부터 열린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카타르 왕자의 성화 점화였다. 모하메드 알사니 왕자는 아라비아산 말을 타고 경사로를 뛰어올라 60m 높이의 성화대에 우뚝 섰다. 그리고 천천히 불을 붙였다.

‘왕자와 말(馬).’

그래서 이번 성화 점화는 가장 카타르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알사니 왕자를 비롯한 중동 국가의 ‘왕자님’들이 대거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승마 지구력 종목에 출전한다는 것.

○ ‘지구력’ 중동 국가 요청으로 정식종목 채택

승마 지구력은 말을 몰고 120km의 먼 길을 달리는 경기다. 중동 국가들의 요청으로 정식 종목에 처음 채택됐다.

알사니 왕자는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국왕의 여섯째 아들이다. 나이는 18세밖에 되지 않지만 왕자의 특권으로 16명의 카타르승마대표팀 주장이 됐다. 알사니 왕자 외에도 3명의 왕족이 더 참가한다.

이웃나라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심 도시 두바이의 지배자인 알막툼 가문에서도 4명의 왕족이 나선다. 바레인에서도 이사 빈 살람 빈 모하메드 알할리파를 비롯해 알할리파 가문의 왕족 5명이 출전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사우드 가문에서도 3명이 나선다. 한마디로 승마 지구력은 ‘왕자님들의 잔치’라고 할 수 있다.

○ 사우디 등 4개국 왕족 16명 金도전

이들이 타는 말은 당연히 최고급 아라비아산 품종이다. 혈통에 따라 말의 가격은 수십 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알자지라 TV의 사드 알쿠와리 기자는 “왕족들이 타는 평범한 아라비아 말은 100만 달러(약 9억3000만 원) 정도가 최저 가격이다. 혈통이 좋으면 수백만 달러를 받는다. 개회식에서 알사니 왕자가 탄 것과 같은 최고급 말은 2000만 달러(약 186억 원)를 줘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바레인 알와사트 신문의 모하메드 에브라힘 기자는 “말은 아랍인들에게는 역사 및 전통과 같은 의미다. 금요일마다 말 경주를 보러 가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14일 열리는 지구력에는 박익태 등 한국선수 4명도 출전한다. 첫 출전이기도 하고 말을 살 형편도 되지 않아 한국선수단은 카타르 현지에서 말을 빌리기로 했다. 마리당 대여 가격은 1만5000달러(약 1400만 원)다.

도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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