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女F1’ 옛말 되나… F3 승승장구 피게이레두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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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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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00km를 넘나드는 카레이싱. 수십 년간 ‘남성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 그 영역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

‘여자 슈마허’로 불리는 미국인 대니카 패트릭(24)이 남성의 벽을 허물고 있는 대표 주자. 패트릭은 지난해 5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총상금 1000만 달러의 미국 최고 카레이싱 대회 ‘인디 500’에서 여성으론 4번째로 도전해 처음 완주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4위를 차지했다.

미국에 패트릭이 있다면 브라질엔 아나 베아트리스 피게이레두(21·사진)가 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최근 그를 밀착 취재할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의 대저택에서 사는 부유한 부모 덕분에 피게이레두는 어릴 때부터 카레이싱을 시작했다. 브라질에서 자동차 경주는 국민 스포츠로 꼽히는 축구의 정반대인 ‘부자 스포츠’로 통한다.

8세 때 카트레이싱으로 카레이싱에 입문한 피게이레두는 발군의 재능을 보였고 이후 등급을 올려가며 ‘여성 최초’의 기록을 계속 작성하고 있다. 16세 때 포뮬러 A등급 대회 여성 최초 우승, 2003년 포뮬러 르노 시리즈 여성 최초 올해 신인상, 2005년 이 대회 여성 최초 우승, 올해 포뮬러스리(F3) 시리즈에 데뷔해 현재 남미 랭킹 4위….

갈색의 긴 생머리와 170cm의 큰 키, 여기에 미모까지 갖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그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제2의 패트릭’이 아니다. 세계 최고 등급인 포뮬러원(F1)의 여성 최초 우승자가 되는 것. 그는 내년에 유럽의 F3 팀으로 옮긴 뒤 F1 도전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다. 인기에 실력까지 겸비해 벌써 스폰서도 있다. 스포츠용품업체 푸마와 삼성이 피게이레두의 주요 스폰서다.

피게이레두의 방 침대 머리맡엔 F1 드라이버 아이르톤 세나의 사진이 있다. 세나는 1994년 대회에서 사고로 숨질 때까지 11년간 F1에서 활약하며 2회 챔피언에 41회 레이스 우승을 기록한 브라질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피게이레두는 “세나가 했듯 F1에서 브라질의 전성기를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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