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광은 엄마의 것”… 김연아 7세부터 ‘그림자 뒷바라지’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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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씨
박미희 씨
《전업 주부 박미희(48) 씨는 어릴 적 집 근처 창경원(현 창경궁) 연못에서 얼음을 지치며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될 막연한 꿈을 키웠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경기 군포시에 정착했고 아이들이 생기자 꿈은 자연스레 잊혀졌다. 박 씨가 그 꿈을 되살린 것은 둘째 딸 김연아(16·군포 수리고·사진)를 통해서다. 그는 연아가 7세 때 처음 간 과천시 실내링크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이자 “그래, 이거야”라며 손뼉을 쳤다. 그로부터 9년 뒤 김연아는 어느새 세계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가 세계주니어선수권 정상에 오른 게 불과 8개월 전인데 19일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 두 번째 도전 만에 피겨 강국 일본과 미국의 에이스 안도 미키(17)와 키미 마이스너(19)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한국 피겨 100년사는 김연아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할 정도가 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해부터 ‘2010 밴쿠버 프로젝트(2010년 밴쿠버 올림픽 피겨 메달을 목표로 김연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김연아가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박 씨의 지극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박 씨는 연아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1500만 원이나 드는 두달 간의 해외 전지훈련을 한 해도 빠짐없이 보냈다. 기술 훈련은 코치의 몫이지만 체력훈련은 박 씨가 직접 시켰다. 박 씨는 이제 동작 하나만 보고도 전반적인 문제점을 짚어낼 정도로 전문가 경지에 올랐다.

162cm(몸무게 40kg)의 키에 하체가 긴 김연아는 서구형 체형이다. 아버지 김현석(49·180cm) 씨를 닮았다.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성격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

김연아 본인의 열성도 대단하다.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의 강훈련에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기술이 완벽하게 구사되지 않으면 잠을 못잘 만큼 열정적이다. 이지희 빙상연맹 심판이사는 “주니어 대회와 시니어 대회는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연아가 이렇게까지 빨리 두각을 나타낼 줄은 몰랐다”면서 “이제 국제심판들로부터 수준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채점에서의 불이익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 출전할 수 있는 그랑프리 대회를 1위와 3위로 마친 김연아는 그랑프리 포인트 누적 점수 26점으로 종합 2위에 이름을 올려 다음 달 14일부터 러시아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 자격을 사실상 획득했다. 모두 6차례 치러지는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누적 점수로 상위 6명만이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화보]‘빙판요정’ 김연아, 사상 첫 시니어그랑프리 금메달

■‘변칙 金작전’

체력 감안 초반에 어려운 연기…막판 넘어졌으나 감점은 적어

체력 문제를 해결하고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변칙 작전’이 김연아의 금메달 영광을 불렀다.

김연아는 5일 캐나다에서 열렸던 2차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른 뒤 프리스케이팅에서 체력 부족으로 난조에 빠지면서 4위를 차지해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던 기억을 살려 이번 대회를 맞아 새로운 작전 구상에 들어갔다. 4분에 이르는 프리스케이팅 연기는 체력에 버겁다는 것으로 결론 낸 김연아와 박분선 코치는 이번 4차 대회의 프리스케이팅 연기 순서를 뒤바꾼 것. 연기 초반에 고난도의 콤비네이션 및 스핀 동작을 넣고, 연기 후반에 가벼운 점프를 배치해 초반에 승부수를 띄웠다.

결국 작전은 그대로 들어맞았고 김연아는 초반 어려운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에 이어 더블 악셀(공중 2회전 반)-트리플 토루프(공중 3회전) 연기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면서 심판진에 좋은 인상을 심어 줬다.

연기 후반에 체력이 조금씩 떨어진 김연아는 공중 3회전 동작 이후 착지에서 불안감을 보인 뒤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하지만 난도가 낮은 점프여서 감점도 1점에 그쳤다.

박 코치는 “초반에 어려운 점프를 넣는 작전이 성공했고 연아가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한층 여유를 찾은 것도 금메달의 바탕이 됐다”며 기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악셀’ ‘비엘만’? … 기술 처음 선보인 선수 이름 딴것

피겨에서 기본적인 점프 기술은 △사르코 점프(왼발 안쪽 날을 이용해 뒤로 밀고가다 점프), △루프 점프(오른발 바깥쪽 날을 이용해 뒤로 밀고가다 점프), △토우-루프 점프(오른발 안쪽 날로 뒤로 밀고가다 왼발 앞쪽을 찍어 점프), △플립 점프(왼발 안쪽 날로 뒤로 밀고가다 오른발 앞쪽을 찍어 점프), △러츠 점프(보통 왼발 바깥쪽 날로 뒤로 밀고가다 오른발 앞쪽을 찍어 점프), △악셀 점프(앞으로 밀고가다 점프해 뒤로 착지하는 것으로 다른 점프보다 0.5회전이 많은 것) 등 6개가 기본.

6개 중 악셀이 가장 뒤늦게 나온 점프로 난도가 제일 높으며 사르코가 가장 쉬운 점프로 통한다. 악셀과 사르코 등은 이 기술을 처음 시도한 선수의 이름이다. 각각의 점프 때 회전을 2회하면 더블 점프, 3회하면 트리플 점프로 불린다.

싱글 피겨는 2분 50초간 연기하는 쇼트프로그램과 4분간 연기하는 프리스케이팅으로 나눠 이 성적을 합산한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점프 동작 3개, 스핀(회전) 3개, 스텝 2개 등 8가지 기술요소를 반드시 소화해야 한다.

점프 중에서 더블 악셀(공중 2회전 반), 점프 기술 2개가 연속적으로 연결된 트리플-트리플(연속 공중 3회전), 트리플-더블(연속 공중 3회전-2회전)이 있다.

스핀 연기에는 허리를 뒤로 젖혀서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레이백 스핀’과 뛰면서 스핀을 하는 ‘플라잉 스핀’, 자세와 발의 위치를 바꿔야 하는 콤비네이션 스핀이 있다. ‘비엘만 스핀’은 다리를 뒤로 머리 위까지 들어올려 손으로 스케이트 날을 잡고 도는 스핀으로 이 기술을 처음 선보였던 데니스 비엘만(스위스)의 이름을 땄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화보]‘빙판요정’ 김연아, 사상 첫 시니어그랑프리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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