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퀸 박지은 “처음처럼…”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가슴이 설렙니다.”

늘 당당했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오랜 슬럼프와 부상 공백 끝에 컴백을 눈앞에 뒀기 때문이리라.

미국여자프로골프(LGPA)투어에서 ‘버디 퀸’으로 이름을 날린 박지은(27·나이키골프).

올해 들어 극심한 부진 끝에 부상까지 겹쳐 3개월 넘게 쉰 뒤 15일 경기 광주시 뉴서울CC 북코스(파72)에서 개막되는 한국여자프로골프 SK엔크린솔룩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6월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이후 복귀 무대.

“이렇게 오래 골프를 안 한 건 처음이에요. 국내에 머물며 허리와 목 디스크를 치료하는 데 전념했죠.” 서울 강남의 한 한방병원에서 ‘추나요법’으로 통증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고. “디스크라는 게 완치는 없다더군요. 평생 원수처럼 데리고 살아야 한대요.”

몸을 추스른 후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흘 정도 레슨을 받았으며 본격적으로 공을 친 건 보름 전부터였다.

박지은은 박세리 김미현과 한국 여자골프 ‘빅3’로 불렸지만 올해 최악의 난조를 보였다. 11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상금 랭킹은 102위까지 처졌다.

“연초에 스윙을 교정했는데 적응에 실패했어요. 원래 페이드를 치는데 드로 구질로 바꿨거든요. 거기에 문제가 있었나 봐요.”

휴식 후 원래 스윙으로 돌아가 편해졌다는 박지은은 “세리 언니도 바닥을 친 뒤 올라갔잖아요. 저도 더는 내려갈 곳이 없으니 차근차근 올라가야죠”라고 말했다. 하락세를 보이다 올 시즌 부활한 박세리와 김미현처럼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

쉬면서 ‘마시멜로 이야기’ 등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많이 읽었다는 박지은은 새 캐디와 호흡을 맞춘다. 줄리 잉크스터의 가방을 12년 동안 메면서 메이저 4승을 포함해 숱한 우승을 이뤘던 그레그 존스턴이 그의 도우미가 됐다. 존스턴은 최근 미셸 위의 캐디로 일하다 갑자기 해고된 뒤 박지은과 손을 잡았다.

“정신적으로 강해진 것 같아요. 절 잊지 않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뭔가 보답해야죠. 당장 우승보다 프로답게 성숙해진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네요.”

실패의 쓴맛을 본 박지은은 분명 아픈 만큼 성숙해진 듯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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