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부킹권 하나에 200만원!… 가을철 골프 예약 별따기

  • 입력 2004년 10월 26일 18시 27분


‘지금 대한민국은 최악의 부킹전쟁 중.’

수억원대 회원권 소지자가 ‘백’을 동원해 자신이 회원인 골프장에 예약을 부탁하고 퍼블릭코스(대중골프장)는 ‘말로만 선착순’인 게 한국 골프장의 현실.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장 수가 태부족인 데다 특히 해마다 이맘때면 낮 시간이 짧아 총 부킹 가능 시간대가 30% 이상 감소하는 계절적인 요인까지 겹쳐 수도권의 어지간한 골프장 주말 부킹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중에서도 “올해의 부킹전쟁은 최악”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 회원권 시세가 떨어지고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부킹권은 무려 150만∼200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골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접대골프를 위해 30일 오전 부킹이 필요했던 B씨는 결국 접대를 포기했다. 부킹브로커에게서 “선생님이 원하는 골프장과 시간이 딱 하나 남았는데 200만원은 내야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또 서울 강남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P골프장 부킹권을 150만원에 구입한 L씨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50만원이면 가능했다”며 “워낙 급해 일단 돈 내고 사긴 했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내장객 수는 921만5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다. 반면 작년 10월 이후 새로 개장한 골프장은 12개뿐이며 그나마 수도권에는 한 곳도 없다보니 부킹권 가격이 뛰고 있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회원제 골프장 부킹권이 비회원에게 거래되고 있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장들은 영업수익을 늘리기 위해 남는 게 별로 없는 회원보다는 그린피 등 수입이 짭짤한 비회원들에게 부킹을 남발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입김이 강화된 요즘엔 골프장측이 조직적으로 ‘장난’을 치기는 어려운 상황.

최근 거래되는 회원제 골프장 부킹권은 회원이 부킹해서 판 것에 브로커가 웃돈을 얹어 되파는 경우와 단체부킹을 해놓고 그날 모임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두 팀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회원제 골프장은 비회원들만의 주말라운드를 허용하는 등 ‘부킹권 암거래’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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