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테러’ …최악의 피날레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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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챔피언.’ 마라톤 레이스 도중 괴한의 방해를 받고서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3위로 골인한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리마가 기쁜 표정으로 두 팔을 치켜들고 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그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우승자보다 더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진정한 챔피언.’ 마라톤 레이스 도중 괴한의 방해를 받고서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3위로 골인한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리마가 기쁜 표정으로 두 팔을 치켜들고 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그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우승자보다 더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육상 1만m 경기 도중 관중이 트랙에 난입해 선두로 달리는 선수를 밀쳐 쓰러뜨려 결국 그 선수가 3위로 들어왔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재경기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선수의 기록도 인정되지 않는다.

‘올림픽의 꽃’ 마라톤 경기에서 실제로 이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30일 아테네 북동쪽 마라토나 스타디움에서 출발해 시내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으로 골인하는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 42.195km 레이스. 37km 지점에서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리마는 2위 스테파노 발디니(이탈리아)에게 약 28초(약 150m) 앞서 선두를 달렸다.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이때 갑자기 한 남자가 주로(走路)에 뛰어들어 달리던 리마를 인도 쪽으로 밀쳐 쓰러뜨렸다. 다행히 시민들이 이 남자를 붙잡는 사이 리마는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페이스가 흐트러진 기색이 역력했다. 발디니와의 거리는 계속 좁혀졌고 결국 5분 뒤 역전을 허용했다. 발디니가 2시간10분54초로 우승. 리마는 2시간12분11초로 3위에 그쳤다.

국제육상연맹(IAAF) 규정엔 이런 경우에 대해 뚜렷한 언급이 없다. 사건 직후 IAAF는 “순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현실적으로 재경기는 어렵다고 본 것. 기록과 순위도 그대로 인정할 태세다.

그러나 브라질 육상연맹은 아테네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관중의 방해로 리마가 우승하지 못했으니 금메달을 줘야 한다”고 서면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유감이지만 결과는 바뀔 수 없다”고 거부했다. 브라질올림픽위원회(BOC)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공식 제소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AFP통신은 ‘알 카에다의 공격을 막기 위해 그리스 조직위가 수백만달러를 썼지만 막판에 중년의 전직 성직자에게 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리스는 아테네 올림픽 보안에 사상 최고액인 15억달러를 썼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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